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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태양광의 변화

영봉 2007. 6. 21. 21:01
하루 중 태양광의 변화
글/사진_ 한성수 교수[동해대학교 멀티미디어 영상학과 교수]

자연광은 변화무쌍하다. 강한 직사광은 사물을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게 하며 선명하고 진한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반면 넓게 퍼진 확산광으로 사물을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내기도 하는 것이다.

붉게 물든 노을빛은 보는 이는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며,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기운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사진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장 적절한 광선 상태를 얻기 위해서 촬영을 위한 시간대를 선택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며 몇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키는 태양광은 그 자체가 표현의 대상이기도 하다. 태양광이 창조해 내는 무한한 변화와 표현의 가능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늘진 곳]]

[[그늘진 설경]]
사실 태양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보면 된다. 태양은 그 기본적인 밝기와 색상 등에서 거의 변화가 없지만,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태양광의 변화를 그다지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 우리 눈은 명암과 색상에 대한 순응성이 있기 때문에 그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이다.

태양광의 이러한 변화는 피사체에 대한 정확한 색상의 재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사체의 정색 재현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백색광에 의한 정색재현이나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하여 색상을 보정하는 것은 보는 이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태양광의 색상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가.

우리가 백색광이라고 부르는 것은 태양의 직사광과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청공광(靑空光)이 합쳐진 상태를 말한다.

청공광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의 푸른 하늘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Daylight type의 기준 색온도인 5500K(캘빈도)의 백색광인 것이다. 즉,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정오 무렵이 바로 백색을 나타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색온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름이 태양을 가린다든지, 그림자가 전혀 없는 흐린 날에는 자연광의 색상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시간대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맑은 날이라고 하더라도 정오 무렵을 벗어난 경우 더 이상 백색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슴푸레 하게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할 때부터 해가 저물어 가로등이 거리를 비출 때까지 태양이 만들어내는 색상은 끊임없이 변하게 된다.

[[그늘진 곳 설경]]
구체적인 예를 한 가지 들어 보자. 구름이 태양의 직사광을 가리면 색상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태양의 직사광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의 천공광(skylight) 만이 남게 되어 전반적으로 푸른 기운이 감돌게 된다. 즉, 눈비 내리는 흐린 날에는 색온도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인해 그늘진 곳의 색온도도 높아지게 된다. 그늘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약간 푸른색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눈이 내린 직후 촬영된 사진을 보면 하얀 눈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빛

해가 떠오르기 전 새벽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어둑어둑한 골목 사이로 어렴풋이 무언가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 할 무렵 세상은 온통 푸른빛이다.

일출 전에 세상을 비추는 것은 태양의 직사광이 아닌 하늘 전체에서 내려오는 천공광(skylight)이기 때문이다. 이 천공광이 세상을 온톤 푸른빛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서는 의도적으로 새벽이나 야간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렌즈 앞에 Blue 필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새벽의 호숫가 풍경]]
이러한 상황은 피사체의 색상에 관계없이 한 가지 색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단색조의 모노크롬(monochrome) 사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일출 직후의 붉은 빛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이제까지의 차가운 푸른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이내 붉은 색으로 물들어 버린다. 태양이 기울어져 있는 경우, 우리 눈에 빛이 도달하기까지 보다 두터운 대기층을 통과하게 된다.

이 두터운 대기층을 통과하면서 단파장광인 청색광은 굴절되거나 산란, 반사되어 흩어져 버리고, 장파장광인 적색광 만이 멀리 우리 눈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강렬한 붉은 색상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대낮의 백색광

태양이 점점 머리 위로 떠오르면서 대기층은 상대적으로 얇아지고, 직사광과 푸른 하늘의 청공광이 합쳐져서 백색광을 만들어낸다. 필름이나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Daylight type 기준 색온도는 바로 이 정오 무렵의 백색광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직사광 아래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피사체에 대한 정색 재현이 가능해진다.


늦은 오후의 온화한 빛

태양이 기울어져 갈수록 백색광은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해 간다. 색온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적당히 기울어진 태양광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늦은 오후의 햇살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해서 색상을 보정할 수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사진에 따뜻한 색상을 추가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

백색광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 차가운 계열의 색상이 나타나는 것 보다는 따뜻한 계열의 색상이 감도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석양의 붉은 빛

해질 무렵 노을빛은 타는 듯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붉게 물든 노을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메라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이때 해가 지는 서쪽 방향의 모습도 황홀하지만 반대 편 하늘의 빛깔도 아름답다.

해가 지는 방향은 대개의 경우 강한 붉은 색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동쪽이나 북쪽 하늘은 오히려 차가운 느낌의 청색이나 보라색 빛깔로 물들기도 하는데, 붉은 색조가 엷게 바탕에 드리워진 상태에서 여러 가지 색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의외로 멋진 모습을 잡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노출 조절을 큰 폭으로 해 가면서 촬영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매직 아우어

지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걸까? 10분 남짓한 이 시간을 우리는 매직 아우어(Magic Hour)라고 부른다. 태양이 저문 이후부터 완전히 어두워지기까지 그 색감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붉은 듯 오묘한 빛깔이 시시각각 변하며 그 표정을 달리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도 가끔 이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워낙 짧고 금방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자칫 놓쳐 버리기도 쉽다.


이제까지 살펴 본 몇 가지 상황 이외에도 대부분의 경우 태양광은 백색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상의 변화를 보여 주게 된다. 그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 보다는 디지털 카메라의 액정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일단 셔터 버튼을 눌러 보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태양광의 빛깔을 확인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