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노년에 짜게 먹기, 뇌기능 떨어뜨려 치매위험 커져

영봉 2013. 3. 1. 09:58

노년에 짜게 먹기, 뇌기능 떨어뜨려 치매위험 커져

[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15] 나트륨, 고혈압·심장병에 뇌 인지능력도 저하시켜
짜게 먹고 활동 적게한 노년층 반대경우보다 치매위험 2.5배
나트륨 뇌 속에 과다하면 '학습센터' 해마 부위에 영향줘
"싱겁게 먹기 시작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왠지 정신이 맑아진 것 같아요. 말하는 속도도 빨라졌고요."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심장내과나 신장내과 진료실에서 싱겁게 먹기를 실천한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흔히 전하는 말이다. 싱겁게 먹고 나서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주된 의학적 이유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심장병과 신장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부수적으로 위암과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짜게 먹으면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노년층이 짜게 먹을 경우, 그런 위험이 증폭된다. 이제 싱겁게 먹기는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3년 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영양과학 연구소는 캐나다 동부 퀘벡 지역에 사는 67~84세 노년층 1262명을 대상으로 짜게 먹는 것과 뇌의 인지 기능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뇌질환이나 흡연 등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을 제외하고 온전히 짜게 먹는 그룹과 싱겁게 먹는 그룹, 보통 그룹 간의 차이를 봤다.

그 결과를 토대로,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있는 신체 활동 정도와 비교했다. 정기적인 운동, 바닥 청소나 잔디 깎기 등 집안일, 또는 직업적인 근무 등 신체 활동이 많으면 인지능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의학계에서 이미 입증됐다.

연구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짜게 먹으면서 신체 활동이 적은 노년 그룹은 인지능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싱겁게 먹고 신체 활동이 많은 그룹과 비교해, 이들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2.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신체 활동이 많으면, 짜게 먹어서 생기는 인지능력 감소를 상쇄시키는 것으로 나왔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짜게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치매 발생을 높이는 최악 조합이라는 얘기다.

짜게 먹는 것으로 평가된 캐나다 노인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091~8098mg이다. 이를 한국 노년층 나트륨 섭취량 결과와 비교하면, 짜게 먹는 그룹에 한국 노인의 85%가 해당한다. 우리나라 노년층에게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인한 치매 발생 위험 요인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셈이다.

짜게 먹으면 왜 치매 위험이 커질까. 각종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된 연구로는 소금을 많이 먹으면, 뇌 속의 나트륨 농도도 올라간다. 이런 상태가 뇌에서 혈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신경핵을 자극한다. 그 결과로 혈압 조절 기능을 하는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오는데, 그것이 뇌에서 학습 센터 역할을 하는 해마(海馬) 부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배움이나 기억 기능을 하는 해마에서 신경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인지 기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원리다.

또한 만성적으로 짜게 먹으면 고혈압 상태가 되어 뇌로 들어가는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긴다. 뇌 혈류가 감소하여 전반적인 뇌 기능이 떨어진다. 뇌동맥 고혈압은 뇌 조직에 점 모양의 현미경적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뇌 조직에 멍든 점이 숱하게 찍히는 현상이 일어나 지적 능력을 감소시킨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고혈압에 걸린 쥐를 갖고 미로(迷路) 찾기 테스트를 하면 정상 쥐보다 미로를 빠져나오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며 "고혈압 자체가 혈관성 치매 유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싱겁게 먹기 실천연구회 김성권(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대표는 "65세가 넘으면 짠맛을 감지하는 혀의 맛봉오리의 절반이 노화되어 음식이 짜도 짠 줄 모르고 먹게 된다"며 "총명한 지적 능력을 갖추려면 음식 간이 너무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싱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