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부터 가야 할까? 한의원부터 가야 할까?(1부)
양방 VS 한방, 5대 질환 충돌 이슈 분석
병원? 한의원? 아니면 둘 다에서 치료받으면 더 빨리 나을까? 심하게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고민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시원한 해답을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 병원에 가면 '근거 없는 한약부터 당장 끊어라' 라고 말하고, 한의원에 가면 '양방 약은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며 한방치료를 권한다. 건강서적이 널려 있는 대형서점에 가봐도 양의사가 쓴 책이든 한의사가 쓴 책이든 저마다 자신만의 장점만을 주장할 뿐이다. 양방과 한방 사이의 줄다리기가 가장 팽팽한 주요 5대 질환에 대해 각각 어떤 치료를 하고 있는지, 언제 어디부터 가는 것이 좋은지 분석해 보았다.
어느 양·한방 복수면허 의사의 병원 이용 가이드
(류재환 경희의료원 통합진료과 교수 )
Q. 한방, 양방 동시에 경험해 봤다.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한의사는 양방치료에 대해 정확히 잘 모르고 양의사 역시 한방치료에 대해 명확히 모른 채 서로의 치료법에 대해 무분별한 비판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닌 '통합진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류는 양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방의 굳건한 틀 안에 한방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Q. 양방 진료가 한방 진료에 비해 나은 점 한 가지만 꼽는다면?
양의학은 진단에 강하다. 한의학적 진단은 주로 환자에게 물어서 얻은 정보를 통해 이뤄지지만, 양의학적 진단은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을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화된 정보를 통해 이뤄진다. 그밖에 급성기 통증을 줄이고 균을 죽이는 데에는 양방 진료가 한방 진료보다 효과가 좋다.
Q. 반대로 한방 진료가 양방 진료에 비해 나은 점 한 가지만 꼽는다면?
양의사들은 한의학을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데, 한의학은 양의학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됐고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한의학은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일 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한의학은 단순히 증상만 개선하고 관련기관만 치료하는 양의학과 달리 몸 전체를 바꾸는 치료를 하기 때문에 만성병과 생활습관병에 강하다. 그런 맥락에서 한약을 쓰다 보면 환자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 크게 약을 쓰지 않아도 병이 쉽게 고쳐지는 경우가 있다.
Q. 병원과 한의원 어디부터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 그 후 양방치료를 다 했는데도 치료되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이때에는 한의원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한방이 주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Q. 한약과 양약, 동시에 먹어도 괜찮은가?
가장 큰 문제는 약의 상호작용이다. 한약과 양약은 같이 써도 무방하지만 한꺼번에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간 독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의 작용기간, 반감기 등을 잘 따져서 처방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와 한의사들은 상대방의 약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약을 끊으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대학병원에도 한의사가, 한방병원에도 양의사가 포진되는 '동서의학 통합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수술을 하면 먹던 한약을 끊어도 되는가?
수술의 적응증이 되는 사람은 수술을 우선적으로 받아라. 수술 후 증상이 바로 개선됐다면 한약 먹는 것을 중단해도 되지만 수술 후에도 또 다른 증상이 계속 된다면 이때에는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Q. 양방과 한방,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간단하다. 첫째, 병의 중증도가 경증일 때는 한방 치료부터 시작해본다. 반대로 중증일 때는 양방 치료부터 시작한다. 둘째,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는 '급성기' 단계일 때에는 양방치료로 일단 증상을 가라앉힌 다음 장기적으로 천천히 한방치료를 병행한다. 셋째, 모든 것에는 중립적 자세가 좋은 것처럼 치료법을 선택할 때에는 너무 한 가지만 고집하지 말자. 다른 쪽에는 어떤 치료가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효과도 없는 양방 치료 혹은 한방 치료에만 목을 메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류재환 교수는...
류재환(46) 교수는 국내에 5명밖에 없는 복수 면허 의사 출신 교수다. 1980년 경희대학교 한의대를 졸업한 뒤 한의학 진료에 대한 한계성을 느껴 다시 같은 대학 의과대학에 들어갔고, 의과대학에서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교수직은 한의대에서 받았고 현재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소속 동서협진과 과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양약과 한약 처방 두 가지를 모두 내린다. 류재환 교수는 현재 대한동서의학회 회장과 한국통합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 치료분야는 중풍, 고혈압, 당뇨병이다. 주로 양약 치료를 받다 한약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 한약 치료를 받다 양약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 두 치료 모두를 받고 싶은 사람을 진료한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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