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면역력 높이는 식재료, 버리지 말고 이렇게 활용하세요

영봉 2013. 11. 4. 17:09

면역력 높이는 식재료, 버리지 말고 이렇게 활용하세요

껍질·뿌리·씨앗, 생명력 꽉 들어찬 환절기 영양 3총사

버려지는 껍질·뿌리·씨앗은 영양이 풍부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인다. 향이 풍부하고 식감이 살아있어 간식·차·밑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김수정 기자]


과일과 채소의 껍질·뿌리·씨앗은 늘 홀대받는다. 손질하고 다듬어 버려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몸에 좋은 과일과 채소를 더 영양가 있게 먹는 열쇠는 껍질·뿌리·씨앗에 있다. 이 부위는 싹을 틔우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외부환경으로부터 열매를 보호하는 면역물질이 가득하다. 요즘 같은 환절기는 겨울철에 약해지는 면역력을 대비하는 시기다. 식탁 위의 건강한 식재료로 활용가치가 높은 껍질·뿌리·씨앗의 영양과 활용법을 조명한다.

감자껍질에 비타민 80%, 양파껍질은 항노화

껍질·뿌리·씨앗은 생명력이 꽉 들어찬 영양의 보고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껍질에는 외부 환경을 극복하면서 생기는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다”며 “씨앗은 생명을 품어 기운을 응집하고 뿌리는 주변 영양소를 흡수·저장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껍질·뿌리·씨앗에 영양이 풍부하다는 건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껍질째 먹는 감자 한 알에는 비타민 C가 사과의 세 배, 섬유소가 바나나의 다섯 배다. 비타민의 80%가 껍질에 있다.

음식물쓰레기로 취급되는 양파껍질과 뿌리도 알고 보면 건강 식재료다. 스페인 마드리드대 농업학부 바네사 베니테즈 교수팀은 양파껍질과 과육, 그리고 뿌리의 영양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육보다는 껍질·뿌리에 더 많은 영양소가 있었다. 특히 가장 바깥쪽 껍질에는 섬유질을 비롯한 세포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인 ‘퀘르세틴’이 가득했다. 겉껍질에는 퀘르세틴이 100g당 322㎎이 들어 있었다. 이는 알맹이보다 네 배 높은 함유량이다. 각종 연구에서 양파의 퀘르세틴은 지방세포의 활동을 억제시켜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파를 넣고 육수를 끓일 때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지 말고 통째로 넣는 것이 좋다.

당근의 대표 영양소인 베타카로틴, 무에 풍부한 비타민C도 껍질에 많다. 겉에 묻은 흙만 씻어내고 조리하는 게 좋다. 오은경 요리연구가는 "과일·채소의 껍질을 말려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과 향·맛이 풍부해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구마껍질은 간식으로 먹고 참외껍질은 장아찌로 담궈먹는다. 석류·단호박·천도복숭아·귤 껍질은 차로 우려내 마신다.


귤껍질·대파뿌리 달여 마시면 면역력 강화

껍질과 뿌리는 약이 되는 식재료다. 예컨대 귤껍질과 대파 뿌리는 예로부터 한방차와 한약재료로 쓰였다. 귤은 알맹이보다 껍질에 비타민C가 네 배 많다. 귤껍질에 있는 히스페리핀 성분은 지방 흡수를 막고 수분 흡수와 배출을 촉진시켜 붓기를 줄인다. 대파 뿌리를 끓여 만든 건 총백탕이다. 박재우 교수는 “대파 뿌리에는 알리신 성분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말했다. 대파 뿌리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잎과 줄기보다 두 배 많다. 폴리페놀은 생체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생리활성물질이다. 몸에서 노화를 일으키고 피로물질을 쌓이게 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노인성 치매나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잇따라 발표된다.

숙취 해소에 좋은 콩나물국을 더 효과적으로 먹는 법은 뿌리를 다듬지 않는 것이다. 콩나물 뿌리에는 알코올 섭취 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독성을 제거하는 아스파라긴이 많이 함유돼 있다.

포도를 먹을 때 씨와 껍질을 뱉어버리면 영양소를 절반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노구섭(해부학) 교수는 “포도씨와 껍질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다. 노구섭 교수팀은 비만으로 당뇨병이 생겨 기억력이 손상된 쥐에게 레스베라트롤을 먹였다. 그 결과 비만·당뇨로 생긴 염증물질이 감소됐고 뇌세포 손상이 개선됐다. 포도씨 추출물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강력한 노화방지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호박씨는 남성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불린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푸대접받고 있지만 진가를 알아야 할 식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100g당 0.67g의 인이 함유돼 있어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박씨를 씻어서 말린 다음 껍질을 까서 간식으로 먹거나 각종 요리에 넣어 먹는다. 이 밖에 참외씨는 대장을 자극해 변비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수박씨에는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과 글로불린 단백질이 풍부하다. 박 교수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건 약으로도 안 된다는 말이 있듯 껍질·뿌리·씨앗은 영양 가치가 높은 훌륭한 식재료”라고 말했다.

 

독성 있는 씨앗 유의, 농약은 물로 씻으면 제거돼


식물 씨앗은 불포화지방산·단백질·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보호수단으로 자연독소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올바른 섭취법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살구·복숭아·매실·사과 씨에는 시안배당체라는 독성이 많다. 시안배당체는 청산가리 성분으로 인체에 과량 흡수되면 경련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매실은 술을 담그거나 설탕에 절여 독성을 분해시켜야 한다. 살구씨·복숭아씨는 약용으로만 사용한다. 은행은 반드시 익혀 먹고 어른은 하루 10알, 어린이는 2~3알을 넘지 않게 먹는다. 박 교수는 “씨앗은 특성에 맞게 약용으로만 사용하거나 씨앗의 독성을 제거하는 조리법을 통해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섭취법을 모르는 씨앗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약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유통되는 과일과 채소의 잔류농약을 검사한 결과 99% 이상이 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치를 약간 초과하더라도 씻어 먹으면 문제가 없다. 식물 표면에 붙은 농약은 대부분 물로 씻으면 제거된다. 가열하면 농약이 쉽게 분해된다. 현재 농가에서 사용 중인 농약은 체내에 거의 축적되지 않도록 연구 개발된 것이다. 유통되는 수입산도 식약처 모니터링을 통해 잔류농약을 검사한다.

중앙일보 (2013. 11. 4.)

글=이민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