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영봉 2006. 9. 7. 19:35
 

지리산

피아골-임걸령-삼도봉-불무장등-농평 

 

  8월 마지막 일요일. 2․3일 전부터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음먹은 김에 산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 산행을 하려고 오늘 할 일을 어저께 앞당겨 해치운 것이다. 새벽 다섯시, 이른 새벽부터 출발해야 시원한 시간에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출발한다. 항상 같이하는 멤버 넷이 모여 5시 12분 북파 앞을 출발한다.  진양호를 지나 하동 가는 2호선 국도를 시원스레 달린다. 새벽안개가 이따금씩 시야를 가렸지만 하동을 지나고 섬진강 강줄기를 따라 목적지인 피아골 직전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6시 30분 직전에 도착하여 맨 위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는 곧장 피아골 계곡을 오른다. 15분쯤 지나 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차로 피아골로 올라올 때의 왼편 계곡은 바싹 말라 있었는데 직전서부터는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려오고, 맑은 계곡 물에 금방이라도 뛰어들고픈 마음 간절하다. 7시 6분 삼홍소(해발 600m, 피아골대피소 2Km, 연곡사 4Km)를 지나고 구계포교를 건너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구계포교 바로 위가 구계포 계곡, 가을 단풍이 발갛게 물들면 흐르는 물도 발갛게 물들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해발 700m, 삼홍소 0.5Km, 피아골대피소 1.5Km의 이정표를 지나 오른쪽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며 선녀교 나무다리를 건넌다. 계단을 지나고 약간의 오르막길을 올라 7시 50분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엔 우리보다 먼저 하산하는 한 팀 6명이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었고 대피소 안엔 아무도 없고 산장지기 내외만 이 있는 모양이다. 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식수를 준비한 후 기념으로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그래도 잘 찍어 달라고 다들 포즈는 멋들어지게 잡아 보는데 과연 사진이 잘 나올지..


  산죽밭이 시작이다. 8시, 용수암으로 오르는 삼거리(해발 980m, 임걸령 2.4Km 연곡사 6.6Km)를 지나면서 가파른 능선 길의 시작이다. 서서히 숨이 차기 시작한다.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둔 시설물이 다리를 쉬 지치게 만든다. 임걸령 1.4Km, 직전 4.6Km의 이정표를 지나서 먼저 오르던 장룡이가 지쳐 쉬는 동안 가쁜 숨을 내쉬면서 땀을 흘리며 꾸준히 힘들여 오른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나무숲 사이로 오른쪽에 반야봉이 나타난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오르다보니 용수암 삼거리에서 한 시간이 지나 어느새 지리산 주능선에 오른다. 여기서 노고단 2.7Km, 피아골대피소 2.5Km 천왕봉 29.1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섰는데 새로 측정한 거리가 아니고 예전 이정표 그대로이다. 주능선이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능선길 따라 조금 걸으니 임걸령이 나오는데 예전에 임걸령이 아니다. 훼손된 곳을 복원한 것 까지는 좋은데 산행 도중 쉬어 가는 전망 좋은 바위에도 쉬지 못하게 줄을 쳐 못 들어가게 막아 놓았다. 샘으로 내려가는 곳과 등산로 양쪽으로 말목을 세워 양쪽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 놓은 것이다. 숲길을 계속 지나오다가 확 트인 임걸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능선에서 남쪽으로 힘차게 뻗어내린 불무장등과 왕시루봉 능선을 바라보는 그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계자에게 묻고싶다. 나무 그늘에 앉아 푸념 아닌 푸념을 나름대로 해보면서 뒤따라오는 일행을 만나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왕시루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9시 43분 삼도봉으로 향했다. 반야봉을 오르는 일행들을 뒤따라 노루목을 거쳐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10시 18분, 곧 바로 삼도봉에 올라섰다. 삼도봉에서 노고단 5.5Km, 천왕봉 20Km이다. 삼도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니 천왕봉은 구름에 쌓여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지난 유월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당일 종주를 했었는데 그날의 감회가 새삼스럽다. 전남, 경남, 전북의 3도 경계점에 올라서서 기념사진을 찍어 흔적을 남기고 삼도봉 바위 끝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10시 41분 불무장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성가신 산죽밭이 나타나 지나치면서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쌓인 폭신한 산길이 발을 한결 편하게 해준다. 삼도봉을 출발한지 30여분이 지나 피아골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이곳에서 자칫 잘못하면 피아골로 빠지기 쉽다. 피아골 내려가는 길이 잘 나있기 때문이다. 능선 따라 조금 내려가니 사방이 훤히 트인 바위가 나온다. 서쪽으로는 피아골 직전 마을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반야봉과 삼도봉 그리고 그 오른쪽에 토끼봉이 우뚝하다. 지난여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날 불무장등을 탈 때 이곳에서 신발을 벗어 물에 젖은 양말을 짜서 신고 산행한 생각이 난다. 그날 비 때문에 종주산행을 하다가 구름에 가려 사방을 분간 못해 막판에 종주를 못한 적이 있다. 잠시 쉬었다가 갈길을 재촉해 그늘진 숲속에서 때맞춰 점심을 먹는다. 이상하게도 서로들 밥이 많이 먹히질 않는 모양이다. 김밥 2인분을 4사람이 다 못 먹을 만큼 제대로 먹질 못했다. 땀을 많이 흐려 지쳤는지 아니면 오는 도중에 간식을 먹어서인가?

점심을 막 끝내는데 검은 구름이 점차 많아지더니 끝내 빗방울이 돋기 시작한다.


  12시 48분 서둘러서 짐을 챙겨 하산하기 시작한다. 한길이 넘는 산죽밭을 지나면서 13시10분 목통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20분쯤 하산하여 목통 마을과 농평 마을로 내려가는 사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능선길을 따라 농평 마을로 하산한다. 억새가 무성한 산길을 헤치고 나서 13시 16분 농평 마을에 도착하여 포장된 도로를 따라 당재 마을을 지나고 계속해서 지루한 도로를 따라 내려와 14시 20분 평도에 도착했다. 평도상회에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니 그 맛과 즐거움은 그야말로 이 세상  그 아무도 부러운 사람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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