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반야봉)

영봉 2006. 9. 7. 19:46
 

지리산

반선-뱀사골-반야봉-심마니능선-달궁-반선 

 

  오늘은 반선을 출발하여 뱀사골 계곡으로 반야봉을 올라 심마니능선을 따라 달궁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고속도로를 달려 생초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반선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이라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매표소에는 근무자가 안 나와 있어 그냥 통과했다. 사방은 고요한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만이 정적을 깨운다. 날씨는 초가을 날씨답게 맑고 화창하다. 6시 12분 반선 주차장을 출발하여 뱀사골을 오른다. 이상하게도 우리 말고는 아무도 오르는 등산객이 없는 것 같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25분쯤 걸어 와운교에 도착한다.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예전의 산판도로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뱀사골에는 대피소까지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있기 때문에 많은 다리가 놓여져 있다. 와운마을로 가는 길에 있는 와운교를 제외하고 금포교, 병풍교, 명선교, 옥류교, 대승교, 재승교, 무지개다리, 유유교, 연하교, 선봉교, 등 이름 없는 다리를 합쳐 모두 13개가 있다. 계곡 가장자리에 있는 길이 위험한 곳은 철재나 나무 구조물을 만들어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해놓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뱀사골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다보니 안전에 신경을 쓴 것이다.


  와운교를 지나 얼마 안가 탁룡소가 나온다. 긴 암반위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이

다. 7시 10분, 병 모양으로 생긴 병소에 도착한다. 계곡의 물은 초록의 나뭇잎이 물들어 온통 녹

색의 천을 길게 늘어뜨리며 힘차게 흘러내린다. 10분쯤 걸려 반선 3.7Km, 뱀사골대피소 5.3Km

라는 이정표를 지나 明善橋, 玉流橋를 건너고, 이어 대승교를 지나 정진스님이 산신제를 올리던

 제승대에 도착한다. 제승대에서 뱀사골대피소까지는 3.5Km. 나무계단길을 지나면 再承橋가 나

오고 오른쪽 폭포계곡의 철다리를 지나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다시 다리 하나를 지나면 소금장수

가 발을 헛디뎌 소금가마가 빠졌다는 간장소(해발 800m)에 도착한다. 간장소에서 물 한잔을 마시

며 잠깐 휴식을 취한다.

8시 10분 幽幽橋를 지나 반선 7Km, 뱀사골대피소 2Km의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20분쯤 올라 연하교를 건너니 좁은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제까지 편하던 길은 울퉁불퉁한 자연 그대로의 돌밭길로 변한다. 돌밭길을 올라 선봉교에 도착하여 계곡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간식으로 준비해간 포도를 꺼내 나눠먹고는 대피소 아래에 있는 마지막 다리 밑을 지나 9시 8분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에는 우리 먼저 올라온 청도에서 온 단체팀이 웅성거린다. 이들은 와운마을에서 자고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올라왔단다.


  샘에서 물을 받아 가파른 길을 올라 9시 19분 화개재에 오른다. 나무 아래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잠시 쉰다. 주능선을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한여름 피서철을 지나 후라 주능선을 지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반야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가파른 550계단을 오르고 비탈진 곳을 지나 삼도봉(1,550m)에 올랐다.  지난주 이곳을 올라 불무장등으로 하산했었는데 오늘 또다시 삼도봉을 올랐다. 삼도봉에서 제일 높은 바위에 올라서니 세상이 온통 내 발아래 깔린 느낌이다. 오늘 역시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천왕봉은 여전히 구름에 덮여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높은 산에 하루살이가 극성을 부린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떼를 지어 날아다녀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삼도봉을 떠나 반야봉으로 오른다. 주능선길 삼거리를 지나 반야봉으로 오르는데 마지막 여름의 뙤약볕이 따가워 얼굴을 가렸지만 이마에는 땀방울이 줄줄 흐른다. 20계단의 철계단을 올라서니 반야봉 정상 바로  아래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 그 중에 만발한 들국화 향기가 나를 유혹한다. 배낭을 벗어놓고 열심히 야생화를 찍는다. 산등성이에 가득 피어있는 들국화를 보니 지난 유월 화산에 오를 때 휴게소에서 마시던 꽃차 생각이 났다. 욕심 같아선 들국화 꽃을 따다가 꽃차를 만들고 싶었지만 자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마음에 향기나마 실컷 즐겼다.


  10시 45분 반야봉(1,733.5m)에 올라섰다. 지금까지 구름에 덮여있던 천왕봉이 동그랗게 뻥 뚫린 구름사이로 천왕봉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여태까지 구름이 지나가다가 잠깐 동안 천왕봉 모습을 살짝 보여준 것이다.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저런 멋진 순간에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고 옆에서 무슨 소릴 하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고 내 할 일만 열심히 했다. 내 일을 끝내고 기념사진을 몇 커트 찍었다. 처음 천왕봉 모습이 보일 때보다는 못하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천왕봉이 보일 때 셔터를 눌렀다. 천왕봉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시간도 잠깐, 어느새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11시 7분 점심을 먹기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심마니 능선길로 접어 든다 헬기장을 지나니 또 헬기장이다. 여기서 반야봉까지는 0.5Km, 달궁 까지는 7.5Km.이다. 이곳 역시 들국화가 만발한 가운데 늦게 핀 야생화가 한창이다. 야생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지나친다. 다시 조그만 헬기장을 지나 조급 내려가니 심원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11시 45분, 달궁 6Km, 반야봉 2Km 지점 못 미쳐 편편한 곳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여태 가게에서 산 김밥을 먹다가 오늘은 모처럼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세 사람이 맛있게 먹었다. 거기다 매실주 한 잔이 더없이 기분 좋은 시간이 되었다.


  12시 30분, 점심을 끝내고 하산하기 시작한다. 능선길 심마니능선을 벗어나 왼쪽으로 달궁가는 길로 접어든다. 12시 54분, 달궁 5Km, 반야봉 4Km 지점을 지나고 25분 만에 달궁과 반야봉 중간지점인 달궁 4Km, 반야봉 4Km 지점을 지났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내리막 비탈길이라 발을 내딛기가 힘이 든다. 점심을 먹은 후 쉬지 않고 곧장 내려와 한 시간만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10분쯤 쉬고는 다시 하산하기 시작한다. 13시 54분 계곡을 건너 순탄한 산길을 내려서니 달궁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14시, 산길이 끝나고 드디어 봉산골 입구(650m, 반야봉 6.3Km, 달궁 0.3m)에 닿았다. 계곡을 건너 10분가량 쉬었다가 69개의 나무계단을 올라 도로로 오르지 않고 계곡 옆으로 나있는 달궁계곡 샛길을 따라 달궁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달궁까지 1.2Km, 달궁에서 반선까지는 5Km로 적어도 한 시간 반 이상을 걸어야 한다.


  계곡 샛길을 벗어나 14시 28분 성삼재로 오르는 포장 도로에 올라서 반선으로 걷기 시작한다. 딱딱한 포장도로, 게다가 오후의 햇살에 더운 공기가 걷는데 쉬 지치게 하고 어떤 때는 지나치는 차들의 바람에 먼지가 날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그나마 자연 속에서 공기라도 맑으니까 다행이지 도심 같으면 매연 때문에 얼을 수도 없으리라.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해서 걷는다. 달궁을 지나고 나서는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더구나 달궁에서는 반선까지  5Km나 걸어갈 생각을 하니 왜 이러나 싶었다. 게다가 햇살도 따가운데 모자를 눌러쓰긴 했어도 따갑긴 마찬가지다. 한번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해낸다는 각오로 버티어 15시 27분, 마침내 반선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을 차에 싣고는 지리산 산채식당에 들러 무사히 산행을 마친 즐거움을 시원한 동동주로 오늘의 고생과 피로를 깨끗이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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