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브랜드 흥망성쇠] 1편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에 후지필름. 펜탁스, 그리고 삼성전자에 이르기까지, 성숙기에 다다른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는 다양한 제조사들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에서는 필름 시절에서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이름을 떨친 곳도 있다. 더러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 하고 시장에서 도태된 비운의 제조사들도 있으며, 인수합병을 거쳐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된 곳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태동기였던 1990년 중후반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제조사들이 있었다. 가전 제품으로 유명한 도시바, 컴퓨터 및 사무기기의 명가인 HP와 엡손, 필름으로 유명한 아그파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아는가?
<디지털 RF 카메라, R-D1xG. 제조사는 다름아닌 '엡손'이다.>
비록, 지금은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들 제조사들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중에는 시대를 앞선 기능을 도입해, 오늘날까지 쓰이는 기술을 확립한 곳도, 침체기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곳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 올드 브랜드, 그 흥망성쇠는 곧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성숙의 역사이자 흥밋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차례에 걸쳐 디지털 카메라 올드 브랜드의 옛날과 지금을 되돌아보자.
디지털 시대에 안착한 라이카
라이카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한 올드 브랜드다. 35mm 카메라의 원형을 만든 라이카는 필름 카메라 M, R 시리즈를 주력으로 출시해오다, 2000년 경 후지필름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든다. 이후, 라이카는 후지필름에서 벗어나 파나소닉과 손을 잡게 된다.
<라이카 D-Lux 최신작, D-Lux5. 파나소닉 LX5의 자매 모델이다.>
그렇기에, 라이카에서 발표한 초기 디지털 카메라들은 파나소닉 루믹스 시리즈의 컨버전 모델들이 대부분이었다. 보급형 모델인 C-LUX, 하이엔드 콤팩트 라인 업인 D-Lux 시리즈와 V-Lux 시리즈는 모두 파나소닉 디지털 카메라를 기본으로 발색 설정과 외관을 살짝 바꾼 제품들이다. 라이카 Digilux 시리즈 역시 파나소닉의 하이엔드 모델을 기본으로 하다가, Digilux3에 이르러서는 파나소닉 DSLR 카메라인 DMC-L1을 베이스로 했다.
이후, 라이카는 정통 RF 카메라 M의 최신 모델을 디지털 카메라로 발표하는 과감한 모험을 감행한다. 이 혁신에 대해 사용자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라이카의 정신이자 상징과도 같은 M 시리즈가 디지털로 출시된다는 것에 대해 환호를 보내는 사용자, 그리고 그 M의 최신 모델이 예상 외로 낮은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자 실망하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라이카 M의 디지털 버전, 라이카 M8. 하지만......>
실제로, 라이카 디지털 RF 카메라 첫 모델인 M8은 당시 이미지 센서의 수광 면적을 최적화할 수 없었던 기술적인 문제로 35mm 대비 1.3배 초점 거리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로우패스 필터 삭제로 인해 이미지에 보라색 간섭광이 나타나는 문제가 일어나 이를 경감하는 UV/IR 필터를 무상 제공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6비트 코딩을 해야 색을 최대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사용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우호적이었다. 우선은 명기로 알려진 M 렌즈를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라이카 M8에서 제기되었던 몇 가지 문제(큰 셔터음, 부정확한 프레임 라인 등)는 이후 업그레이드 모델인 라이카 M8.2에 와서 상당 부분 해결된다. 라이카 M8 사용자들은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통해 셔터와 프레임 라인 외에 사파이어 글라스 LCD와 볼커나이트 업그레이드도 가능했다. 다만, 이 업그레이드 비용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또 한 번 사용자들의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라이카 M9. 성능이 한층 안정되었다. 대신 가격은 M8의 1.5 배.>
라이카는 이에 힘입어, 이번에는 35mm 초점 거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카 M9를 선보였다. 라이카는 M9에 와서 완성에 가까운 형태로 디지털에 적응했다. 이전 모델인 M8보다 더 높아진 측광 능력과 1,600만 화소 풀 사이즈 이미지 센서는 라이카 사용자들을 만족시켰다. 다만, 여전히 광각 렌즈 사용 시 제한이 생긴다는 점은 아쉽다.
<확실히 생각 외의 물건이었다. 라이카 X1>
그리고, 라이카는 이어 X1을 선보인다. APS 이미지 센서와 28mm 엘마리트 렌즈의 조합은 기동성과 스냅 사진을 중요시하는 라이카 사용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고,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잘 살아있던 라이카 X1은 높은 인기를 끌게 된다.
비록, 디지털 시대에 와서 영향력이 다소 줄었지만, 라이카라는 이름은 아직까지 사진가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간판 모델인 M의 성공적인 디지털화, 그리고 오리지널 신 모델인 X1의 출시 등으로 볼 때, 라이카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와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듯. 롤라이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로 유명한 롤라이. 롤라이 역시 초기에는 다양한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롤라이 디지털 카메라는 ‘D’ 시리즈다. 롤라이 디지털 카메라는 고화질 아포곤 시리즈 줌 렌즈를 장착해 화질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28mm 광각 렌즈, ISO 1600 고감도 등을 지원하는 고성능 모델이었다.
<롤라이 미니디지. 롤라이플렉스의 향수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롤라이플렉스 디지털 버전인 ‘미니디지’다. 롤라이의 TRL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를 복각한 롤라이 미니디지는 촬영시에도 TRL처럼 윗면 LCD를 보고 촬영하는 방식이다. 크기도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하지만, 화질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으며,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깜찍한 외관으로 인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롤라이 디지털 카메라, 그나마 최신작인 CL200>
롤라이는 최근엔 저가형 디지털 카메라와 미니디지 시리즈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일종의 니치 마켓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 내에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롤라이 디지털 카메라들은 대부분 평균 가량의 렌즈 성능에 특색 없는 본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수요는 어느 정도 있을 지 모르나, 더 이상 예전의 롤라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의외의 선전을 보였던 HP
HP 하면 프린터, 사무기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HP는 디지털 카메라 포토스마트 시리즈를 보유한, 저력 있는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이기도 했다. HP 포토스마트 시리즈는 가볍고 경쾌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였다. 특히, 숫자가 높은 상위 모델(HP 포토스마트 850 / 950 등)은 고배율 줌 렌즈와 강력한 수동 기능도 지니고 있었다.
<HP 포토스마트 912. 당시에는 나름 전문가용 제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HP 포토스마트 912라는 디지털 카메라는 놀랍게도 SLR 카메라였다. 일안 반사식 광학 뷰 파인더를 지니고 있었으며 LCD는 2인치 틸트형이었다. 콤팩트 카메라 가운데 가장 큰 2/3인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기도 했다. 렌즈 고정형 SLR 카메라라는 맥락에서 올림푸스 E-10/E-20과 같은 브릿지 카메라로도 볼 수 있다. 올림푸스 E-10의 절반 가격(올림푸스 E-10의 초기 출시 가격은 1,999달러였으며, HP C912의 가격은 899달러 선이었다)이라는 매력 때문에 은근히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HP는 일반 콤팩트 카메라만을 출시하게 되었다. 메이저 제조사들과의 제품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다. 실제로, HP 디지털 카메라들 가운데 고급 모델은 펜탁스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HP 포토스마트 C912 역시 펜탁스와의 합작품이다. 그렇기에, HP 포토스마트 시리즈가 독창적인 모델이나 기능을 지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HP 디지털 카메라의 신화는 알게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HP 디지털 카메라 최신 모델, SW450>
그런데, HP는 아직도 포토스마트 시리즈 디지털 카메라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을 뿐, HP는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을 그 동안 계속 선보여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2005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가 철수한 만큼, 향후 HP 디지털 카메라를 국내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부에 계속됩니다. 2부에서는 엡손 / 콘탁스 / 코니카미놀타 / 코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디어잇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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