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취산 진달래 <
영취산 진달래가
죽은 억새 사이로 숨은 듯 피었는데,
산허리를 감돌아 부는 봄바람에
보일락 말락 살짝 얼굴을 내민다.
정상에 올라서니
우뚝 선 괴물이 탁 버티어 서있고,
산아래 저 멀리에는
불을 내뿜는 악마들이 쉴새없이 나다닌다.
태양아래 빛나는 고운 자태에
넋이 나간 양 그 속에 빨려들어
눈이 부시게 황홀한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은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름다운 영취산 진달래 맛에 실컷 취해
잠시나마 선경에 머물며
속세의 고난을 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