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올라<
겨울이 지나간 산중에
아직 봄기운은 만날 수 없고 ,
그나마 찾아오는 사람들은
비로사를 찾아 발걸음을 멈춘다.
산허리를 돌아 능선에 올라서니
뿌연 황사로 시계마저 흐린데,
한숨을 몰아쉰 뒤에야
비로봉이 눈앞에 솟아있네.
상처만 잔뜩 안겨준 폭설, 발 아래 질척이는 진흙은
최후의 발악인양 이리저리 아우성 치며
바지가랑이를 붙든다.
아직도 응달에 남아있는 흔적은
쉬 가시지 않으려는지
발걸음을 배척하듯 미끄러뜨리고,
따사로운 봄기운에 눈물을 흘린다.
바람에 못 이겨 들어 누운 풀잎위로
가는 눈발이 휘날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아직도 겨울의 기운이 드세다.
깔딱고개 가파른 빙판길.
미끄러지고 힘들어 지친 나그네는
희방폭포 한 줄기 낙수가 되어
소백산의 품으로 깊이 안겨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