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삼도봉
비 때문에 두 번이나 못 간 민주지산을 드디어 가게 되나 보다. 밤새 비가 내렸어도 다행히 아침에 그쳐 산행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8시,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참가하는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 출발하여 북파 앞에서 몇 명이 타서 전부 15명으로 적은 인원이 산행에 참가한 셈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대진고속도로를 달려 무주 톨게이트를 나서 진주를 출발한지 2시간 반 만에 내북동에 닿았다. 당초 영동군 황룡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내북동 마을 입구로 들어서 버스에서 하차했다. 여기서 민주지산은 8㎞ 거리란다. 대형 버스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어 이 동네 이장의 1톤 트럭을 빌려 타고 찻길이 끝나는 아랫중고개까지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외딴집 오른쪽을 돌아 산등성이를 오른다. 날씨는 흐려 가끔 햇살이 보이기도 하지만 산행하기엔 참 좋은 날씨다. 이정표가 거의 없어 얼마나 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남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산길을힘 들여 오른다. 우리가 오르는 이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길인가 보다. 노란 단풍잎이 떨어져 있는 산길을 오르다가 갈림길을 만나서 능선을 오르려다 말고, 오른쪽으로 질러가는 듯한 길을 택해 오르니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몇 차례 모퉁이를 돌고 돌아 민주지산(1,241.7m) 주능선 재에 올라섰다. 그러고 보니 갈림길에서 능선을 곧장 올랐더라면 민주지산을 바로 올랐을 터인데 민주지산을 안 올라보고 그냥 갈 수 없어 재에 배낭을 벗어두고 민주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12시 35분, 민주지산 정상에 올라섰다. 저 멀리 석기봉(1,200m)과 삼도봉((1,177m)이 바라보인다. 그러나 초행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잠시 쉬었다가 오던 길을 되돌아 재에 오니 그때 일행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뒤에 올라온 일행들이 민주지산에 갔다 온 후에 빙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언제 산행을 계속할지 몰라 먼저 일어나 석기봉으로 향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은 석기봉을 40분가량 걸려 석기봉을 올랐다. 능선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밥 먹은 후 곧장 걸어 소화가 좀 무리인 듯싶었는데 게다가 앞서가던 일행이 석기봉 우회길로 잘못 가는 바람에 또 석기봉을 지나쳐 되돌아 정상으로 오르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14시 40분 석기봉을 내려서 삼도봉으로 간다는 것이 방향감각을 잃어 그만 민주지산에서 오던길로 되돌아가다가 석기봉으로 오는 일행들을 만나 석기봉을 한 바퀴 도는 해프닝을 빚었다.
석기봉에서 삼도봉까지는 불과 1.4㎞로 20여분만에 도착했다. 충청북도, 전라북도와 경상북도의 3도 경계지점인 삼도봉에서 15시 40분, 지나온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뒤로 한 채 하산하기 시작한다. 삼도봉부터는 곧장 내리막길이다. 힘든 곳이 없어 한결 수월하긴 하지만 행여 넘어질세라 각별히 조심하면서 산길을 내려선다. 20분쯤 내려서 계곡을 건너서부터 임도가 계속된다. 물한계곡이 그리 좋다고 하더니만 지리산 계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계곡도 작지만 수량도 그리 많지 않다. 계곡에 대해 상당히 기대를 했었는데...
16시40분, 버스가 정차해있는 한천 주차장에 도착하니 민주지산만 오르고 곧장 하산한 일행들만 와 있을 뿐 석기봉을 오른 일행들은 아직 오질 않았다. 삼도봉까지 오른 우리보다 더 늦은 셈이다. 산행을 마치고 보니 오늘 버스 기사가 길을 잘 못 들길 참 잘했다 싶었다. 물한계곡으로 올랐더라면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지칠 것 같아 몹시 힘들 것 같았다. 모두들 제 체력에 맞춰 산행을 함으로써 다들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5시간 반 동안 산에 있었지만 사행한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산행으로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