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북한산"
천리길이 멀어 산행하기 힘든 도봉산과 북한산을 인천 온 김에 하루 만에 두 산을 종주하기로 마음먹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인천서 서울 지하철 대방동역까지 태워준 덕에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쉽게 망월사역까지 이동했다. 08시 20분, 망월사역에서부터 오늘의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08시 35분, 원도봉매표소에 도착하여 북한산국립공원 지도를 한 장(천원)을 사서 오늘 등산코스를 보니 걸음을 빨리하지 않으면 종주가 어려울 것 같았다. 당초 목적은 도봉산을 올랐다가 다시 북한산을 올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막상 지도를 보니 생각이 달라 욕심이 생겨 용기를 내어 두 산을 하루만에 종주하기로 맘을 먹었다. 아침시간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이 전혀 없다. 초행길이라 이정표대로 길 따라 계속 걸어 올라간다. 08시 41분, 다리 건너 쌍룡사를 왼쪽으로 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도봉계곡으로 오른다. 계곡은 말라 물이 없고 등산로엔 활엽수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09시, 덕재샘(망월사0.7㎞, 포대능1.2㎞)에 당도하여 목을 축인 후 곧장 망월사로 오른다. 09시 15분, 망월사에 도착하는데 절 이름에서 풍기듯이 달을 바라본다는 망월사. 달뿐만 아니라 아침에 떠오르는 일출은 구름 낀 날은 빼고 사시사철 볼 수 있겠다. 절 뒤편에는 거대한 암봉이 받혀주고 있어 전망 좋고,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하여 스님들 수도하기엔 이만한 절이 또 있을까싶다. 망월사 우측 해탈문을 통하여 포대능으로 오른다.
09시 32분, 포대능(망월사0.5㎞, 사패산2.2㎞, 포대능입구1.0㎞)에 올라 포대능선을 탄다. 09시 50분, 헬기장을 지나서 곧 바로 원도봉매표소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고, 5분 뒤 다락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10시 15분, 자운봉(740m)에 오른다. 봉우리 꼭대기엔 위험하여 오를 수 없어 오르던 험난한 바위길을 되돌아 내려가 도봉주능선으로 접어든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신선대, 만장봉 그리고 선인봉이 우뚝 솟아있고 그밖에 크고 작은 화강암 봉우리가 제각각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낙엽이 깔린 산길은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잘 안되어 나그네의 발길을 헷갈리게 한다. 여니 산과 달라 여긴 리본도 전혀 안 보인다. 능선에서 한 두 차례 오르락내리락하여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한 셈이다.
11시 10분, 오봉1.3㎞, 우이암0.8㎞, 자운봉1.5㎞, 도봉매표소3.5㎞ 이정표에서 우이능선의 시작이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 잠시 쉬어 빵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우이암매표소로 향한다. 내리막이라 수월하게 내려선다. 송전탑을 지나 12시 11분 우이암매표소를 지나고 우이동에 들어섰다. 도봉산 종주가 끝난 셈이다.
도로를 건너 북한산 가는 길을 물어 지금부터 북한산을 오르기로 한다. 택시를 타려고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고, 오기에 그냥 걸어서 매표소까지 가기로 한다. 그런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멀기도 하려니와 경사가 심한 아스팔트 도로를 한 시간 가량 걸어 오르니 도선사에 도착할 땐 몹시 지쳐버렸다. 북한산을 오르고 싶은 생각도 없고 훗날 다시 이곳을 찾아 북한산을 오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마음먹은 김에 백운대나 올라보자고 용기를 내어 13시 10분, 도선사 왼쪽에 있는 백운대매표소를 찾아 지친 몸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10분가량 쉬어가기로 한다. 도시락 대신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백운대로 향하여 오른다. 13시 53분, 북한산성의 용암문을 지나니 백운대1.2㎞, 대동문2.1㎞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아직도 1.2㎞가 남았다 생각하니 안 아픈 다리가 아파 오는 것 같다. 험난한 바위길을 돌고 돌아 위문 바로 아래 나무계단을 오를 때엔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쉬엄쉬엄 계단을 올라 14시30분 위문을 지나니 곧장 백운대를 오르는 암벽이다. 양팔에 힘을 주어 쇠줄을 잡고 힘들게 있는 힘을 다하여 14시45분,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6.5m)에 올라섰다. 정상엔 태극기 휘날리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로 앞에는 삼각산의 하나인 인수봉 그리고 뒤쪽에는 만경대가 버티고 있다. 그 힘든 고비를 넘기고 이곳에 오르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오늘 여길 오르지 않고 도봉산만 보고 그냥 갔더라면 후회할 뻔했다. 좀 앉아 쉬고 있자니 추위를 느낀다. 해도 짧은 하루인데 갈 길을 재촉하여 하산을 서두른다.
위문으로 내려와 산성매표소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계단을 내려와 하산하는 길은 돌계단으로 만들어 무릎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게 한다. 15시 22분 약수암을 지나고 계속해서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개연폭포-물이 적어 폭포 같지 않은-가 있다. 15시 55분 보리사에 당도하니 산을 다 내려온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가를 지나 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탐방로로 접어들었다. 아무래도 도로보다는 질러가는 것 같았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탐방로는 매표소까지 이어졌다. 16시 18분, 매표소를 지나서 16시 25분, 시내버스 정류소에 도착함으로써 오늘 도봉산 북한산의 산행을 해지기 전에 끝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