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석봉
밤머리재-왕재-웅석봉-왕재-밤머리재
전날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오늘 지리산 산행을 하기로 하여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6시에 북파 앞에서 만나기로 하여 10분전에 도착했으나 아무도 안 나왔었다. 조금 후 다 모여 6시 7분에 국제 김사장의 차를 이용하여 중산리로 향했다. 중산리 주차장엘 도착하니 눈이 조금씩 바람결에 날리더니 매표소에 도착할 때는 펑펑 쏟아졌다. 이렇게 눈이 내려도 매표소에서는 입산을 막지는 않는다고 했다. 기상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 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무리한 산행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늘의 천왕봉 산행은 포기하기로 했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차를 되돌려 웅석봉으로 향했다. 중산리 골짜기를 빠져 나오니 이곳은 눈이 내린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덕산, 삼장을 거쳐 밤머리재에 올랐다. 오늘 산행은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을 올라 되돌아오기로 했다.
8시 24분 출발하여 눈이 쌓여있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바스락거리며 발 밑에 밟히는 눈의 소리를 즐기면서 오늘의 산행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8시 58분 밤머리재에서 1Km, 웅석봉 4.3Km 지점을 지나고 왕재 바로 못 미쳐서 스패츠를 차고 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이 지나간 발자취가 전혀 나 있지 않아 러셀하면서 올라야만 했다. 10시 7분 왕재를 지나고 2Km를 올라 11시 30분 웅석봉 정상에 도착했다. 산행 도중 날씨는 잔뜩 흐려 눈이 내리다가 가끔 해가 보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정상엔 눈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마침 산불감시초소에 사람이 없어 초소 안에 들어가 하과장이 준비해온 떡국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식사 도중에 대학병원 산악회팀(8명)을 만나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12시 27분 웅석봉을 출발했다. 웅석봉을 내려서자마자 갑작스레 새카만 구름이 몰려오더니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시야가 바로 앞이 안보일 정도라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웠는데 잠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해가 나기도 하여 산악의 기상상황을 톡톡히 맛볼 수 있었다. 간간히 눈이 내리는 등산길을 1시 17분 왕재를 지나고 2시22분 밤머리재 1Km지점을 지나 2시 55분 밤머리재에 도착했다.
산행 도중 여러 차례 사진을 찍었다. 어렵게 산행을 했는데 사진이라도 제대로 나와야하는데 집에 와서 카메라를 꺼내 필름을 되감았으나 감기질 않는다. 산에서 찍을 때 이상함을 느껴 설마 했는데 결국 카메라 고장으로 한 장의 사진도 찍질 못한 것이다. 뭐라고 변명을 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