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영봉 2006. 9. 7. 19:05
 

지리산

중산리-칼바위-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지난 1월 7일 많은 눈이 내려 입산 통제되어 오다가 1월 18일부터 입산통제가 풀렸다. 그런데 20일에 지리산에 또다시 눈이 내려 오늘 등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다행히 법계사까지는 등산이 가능하다고 하여 7시 40분 북파 앞을 출발했다.

원지에서 중산리 가는 길은 군데군데 바닥이 얼어 조심운전으로 8시 35분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는 법계사에서 천왕봉 구간은 눈이 많이 쌓여 오를 수 없다면서 장터목 코스를 산행하도록 했다.


  8시 40분 매표소를 출발했다. 길바닥이 꽁꽁 얼어 출발서부터 아이젠을 차고서 누군가가 제일 먼저 눈을 밟아 만들어 놓은 등산로를 따라 장터목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눈길이고 또 잘 못 가는 규태와 보조를 맞추면서 천천히 산행을 하기로 했다. 9시 15분 칼바위를 지나 장터목으로 가는 갈림길을 벗어나 눈을 밟으며 쉬지 않고 천천히 걸어도 어느새 등은 땀에 젖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눈을 따갑게 적신다. 9시 45분 중산리에서 2.6Km라는 이정표를 지나고 10시 45분 유암폭포에 도착했다. 유암폭포에 오니 지난해 1월 13일 새벽 어두운 가운데 랜턴을 켜고서도 눈 덮인 등산로를 잘 못 들어 한 바퀴 되돌았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나무다리를 지나고 가파른 경사길을 그것도 눈으로 덮인 산길을 오르자니 꽤 힘이 들었다.


  11시 20분 장터목대피소에 닿았다. 취사장에는 다섯 명의 등산객들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들어설 공간도 없는 대피소에 오늘은 전세라도 낸 듯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가 있었다. 배낭을 벗어놓고 카메라를 꺼내 반야봉과 촛대봉을 향하여 설경 사진을 찍었다. 바람에 날리는 눈보라를 찍어도 봤는데 워낙 바람이 세게 불어 카메라를 들고 찍다보니 동사진만 찍히는 듯 싶었다. 만두를 넣어 떡국을 끓였다. 식사하면서 한 잔의 반주도 놓치지 않았다. 내가 가져간 밥은 남겨둔 채 떡국으로 점심을 먹은 후 한 잔의 유자차로 몸을 데운 후 설원을 걸어갈 차비를 했다. 스팻츠를 차고 아이젠을 하고서 12시 35분 천왕봉을 향해 제석봉을 올랐다.


  매서운 눈바람이 분다. 몇 몇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제석봉을 오르면서 눈이 다 녹은 고을 넣어 저 멀리에 우뚝 솟아있는 반야봉과 촛대봉을 촬영했다. 한 통의 필름을 다 찍고 새 필름을 갈아  넣는데도 추위에 손이 얼어 힘들게 넣었다. 그사이 한 쪽 장갑이 바람에 날아가는 바람에 그 걸 집으려고 목책을 넘어 쫓아 가다가 눈 위에 넘어져 카메라를 눈에 쳐박았다. 물기를 닦다가 그만 잘못되어 렌즈를 눈에 떨어뜨렸다. 말끔히 물기를 닦으려해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제석봉을 올라 천왕봉을 찍을 때만해도 괜찮았는데 고사목에 앉아있는 새를 찍으려는데 뿌옇게 가려져 새가 잘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렌즈를 보니 앞쪽 뒤쪽 모두 습기가 하얗게 차있었다. 렌즈를 들고 햇볕을 쪼이며 천천히 천왕봉을 올랐다. 통천문을 지나고 보니 렌즈의 습기가 말끔히 가셔 열심히 설경을 찍었다. 아직 다 녹지 않은 상고대도 더러 있어 열심히 찍었다. 오후 1시 45분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저 멀리 덕유산 정상이 구름위로 솟아있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가스층이 일직선으로 형성되어 그 아래로 높은 산봉우리들이 서로 키를 재듯 우뚝우뚝 솟아 있다. 서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늘어서 있는데 촛대봉, 삼각봉, 반야봉, 노고단, 만석대 등의 높은 봉우리들이 하얀 눈을 이고 솟아있다. 천왕봉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는 미끄러운 눈길을 힘들게 올라와 세상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천왕봉 표고석을 넣어 기념사진을 찍고는 법계사로 향했다. 눈길에 썰매를 타기도 하며 미끄러지듯 하산하다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아팠다. 지난번 기백산-황석산 종주 시에 약간 무리한 그때의 후유증인가 약간의 통증을 느껴 조심조심 내려섰다. 3시10분 법계사에 닿아 약간 쉬고 나니 괜찮아져 15분 칼바위로 하산했다. 3시31분 망바위를 지나고 3시 50분 칼바위에 도착했다. 뒤에 쳐진 두 사람이 오는 동안 스패츠와 아이젠을 풀고 쉬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중산리를 떠나야 빙판 길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아 갈 길을 재촉하여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3시 50분 중산리로 향했다. 4시 10분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7시간 30분 동안의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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