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천왕봉)

영봉 2006. 9. 7. 19:50
 

지리산

                                                            추성동-칠선계곡-천왕봉-법계사-중산리

 

  오늘은 단풍을 주제로 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산행을 하기로 했다. 단풍이 한창인 지리산을 찾아 산행보다는 단풍과 어우러지는 계곡을 함께 넣은 사진을 찍을 겸 산행을 하기로 하여 평소보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산행 코스는 추성동에서 칠선계곡을 올라 천왕봉을 거쳐 중봉, 하봉을 지나 초암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카메라 3대에 삼각대까지 배낭에 매고 나서긴 했지만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무리일 거만 같았다. 짐을 줄이려 해도 더 이상 줄일 것도 없고, 해서 힘자라는 데까지 오르다 도중하차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부닥쳐 보기로 한다.


  북파 앞에서 세 사람이 만나 추성동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린다. 산청서부터는 짙은 안개로 50m 전방까지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가 짙게 깔렸다. 안개는 경호강을 따라 휴천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자욱하게 끼었다. 7시 가까이 되어 추성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텅 빈 주차장 입구 가장자리에 차를 주차해두고 배낭을 챙겨 칠선계곡으로 오른다. 어깨에 맨 배낭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이라 추성교를 지나자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어 그냥 통과하여 재를 오른다. 7시 27분 두지동을 지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등산로 초입에는 출입문처럼 만들어진 문 위에는 여러 산악회에서 매어둔 리본이 가지런히 매어져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를 힘들여 오른다. 이따금 계곡을 건널 때가 많아 그 때마다 등산로를 찾느라고 주춤거린다. 나무들은 울긋불긋 예쁜 옷으로 아름답다. 길에는 벌써 낙엽이 떨어져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울긋불긋 쌓여있다. 특히 돌길을 지날 때면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뜸한지라 종종 길을 잘 못 들고 한다.


  계곡을 건너 추성동에서 3.4Km 거리에 있는 선녀탕(해발 620m)에 당도한다. 이곳 선녀탕까지는 개방된 탐방로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찾아드는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천왕봉까지는 무리이고, 적어도 칠선폭포까지는 올라와서 즐기고 가곤 한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일행이 이곳에서 쉬고 있었다. 잠시 쉬어 물 한 모금 마신 후 목책으로 막아둔 곳을 뛰어넘어 천왕봉으로 향한다. 옥녀탕(해발 650m)을 지나고 8시 24분, 비선담(해발 710m, 천왕봉 5.8Km, 추성동 3.9Km)을 지나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옆에 끼고, 더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 천왕봉 4.9Km, 추성동 4.8Km 이정표를 지나고 9시 4분 칠선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등산로에서 폭포로 내려가 시원스레 흐르는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니 어느새 피로가 확 풀린다. 얼마 전 내린 비로 계곡의 물이 여름 계곡 못지않게 수량이 많아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산들거리는 바람에 기포가 날려 와 시원함을 더해준다. 마침 폭포 바로 아래에 있는 단풍나무의 빨간 색상이 폭포와 어울려 화려하기 그지없다. 힘들여 메고 온 카메라를 꺼내 삼각대에 세워놓고 열심히 칠선폭포를 담았다. 제발 작품 한 점 정도는 건져야 한다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찍었다.


  15분 이상을 정신없이 사진을 찍은 후 짐을 챙겨 오르기 시작한다. 점점 힘이 들기 시작했다. 이왕 힘들여 올라온 이상 천왕봉을 못 오른다해도 적어도 마폭포까지는 가야한다. 1,370m 갈림길(천왕봉 4Km, 추성동 5.7Km)을 지나 3층폭포에 닿았다. 주위의 단풍은 벼로 보이지 않았으나 멀리로 보이는 단풍의 배경을 넣어 몇 차례 셔터를 누른다. 시원한 폭포의 물줄기 따라 피로도 말끔히 사라졌으면 한다. 바위 벼랑을 기어올라 폭포 곁으로 해서 계곡을 따라 오른다. 진한 녹색의 계곡 물위에 빨간 단풍잎이 너무도 황홀해 보인다. 길은 점점 험하다.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며 11시에 칠선계곡의 제일 위에 있는 마폭포(해발 1,400m, 천왕봉 1.6Km, 추성동 8.1Km)에 도착한다. 마폭포가 바로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서서 양 골짜기에서 만나는 폭포를 열심히 찍어댄다. 지난 해 이곳에 왔을 때는 계곡을 흐르는 물이 적어 폭포라는 의미가 없었는데 오늘은 수량이 많아 제법 웅장해 보인다. 게다가 발 아래로 약간 덜 든 듯한 단풍이 있어 어느 정도 가을의 분위기를 풍겨준다. 120필름 한 롤을 다 찍었다. 오늘 폭포 사진만 두 롤을 찍은 셈이다. 그리고 135필름도 거의 한 통을 찍었다. 이만하면 오늘 무거운 배낭을 힘겹게 메고 칠선계곡을 올라온 보람이 있다.


  계곡이 끝나고 마폭포에서 능선길을 오른다. 천왕봉까지 해발 515m를 올라가는데 정말 힘에 부친다. 허벅지에 쥐가 날 듯 하여 조금을 오르다 쉼을 몇 차례 반복하여 12시경 천왕봉 1Km 지점가지 올랐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라 숨이 차고 어깨는 점점 무거운데다 기진맥진하여 쉬고 또 쉬고. 12시 50분 마지막 149계단의 철구조물을 오르고서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1Km의 거리를 오르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초암능선으로 하산한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을 할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천왕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단풍의 절정을 즐기려고 올라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연신 붐비고 바로 아래 공터에서는 점심식사가 한창이다. 오늘은 어쩐지 바람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날씨다. 사방팔방이 환히  바라보이는 정상에 잠시 머무르다가 천왕봉 아래 바위 그늘을 찾아 준비해온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끝내고 결국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4․5시간 이상의 산행은 아무래도 무리라 생각되어 중산리로 하산하여 버스편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1시37분 천왕봉 정상을 다시 올라 법계사로 하산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엔 계속해서 올라오는 인파로 붐빈다. 천왕샘에 당도하니 칠선계곡 쪽과는 달리 물이 귀하다. 이쪽엔 비도 안 왔었나 보다. 쉬지 않고 법계사로 곧장 향했다. 2시 29분, 법계사에 도착해도 샘에 물이 없다. 계속 하산하다 말고 법계사가 바라보이는 등성이에서 지리산의 단풍을 배경으로 법계사를 촬영했다. 2시 50분 망바위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가파른 길을 내려선다. 오를 때 느끼던 허벅지의 통증이 내려설 때도 약간 느껴진다. 쥐가 안 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오늘 무지하게 고생할 뻔했다. 칼바위를 내려서 계곡의 시원한 물에 목을 추기며 계속해서 하산하여 매표소에 도착하니 3시 45분. 여기서 다시 주차장가지 걸어 내려와 4시에 오늘의 산행을 모두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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