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선암사-장군봉-연산봉-천자암-인구치-송광사
오늘은 직원산악회의 산행이 있는 날이다. 11월 넷째 주에 하기로 한 산행을 오늘로 연기해서 순천 조계산으로 정하여 산행을 하게 되었다. 8시가 좀 넘어 칠암캠퍼스를 출발하여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선암사로 향했다. 늦가을이라 벌거벗은 산들로 삭막한 풍경을 차창으로 지나치며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계곡을 따라 선암사로 오르는 길은 가늘게 흐르는 물소리마저 조용하고, 이른 시간이라 찾는 이 없는 산사에는 고요함이 짙게 깔려있다. 산사의 옆으로 대각사로 올라 여기서부터 등산로를 따라 조계산 정상을 향하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미 다 떨어진 낙엽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발길에 부스러져 형체마저 일그러져 이리저리 흩어진다. 날씨가 포근하여 가파른 산길을 얼마 안 올라 땀이 난다. 두꺼운 상의를 벗어제치고 반팔 셔츠만을 입고 11시에 장군봉(884m, 송광사 7.45㎞, 선암굴목재 1.5㎞, 선암사 2.55㎞)엘 올랐다. 사방을 조망한 후 정상의 표지석을 넣어 기념촬영을 했다. 모두들 기념으로 한 장씩의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필름이 코닥필름200인줄 알고 찍었는데 집에 와서 카메라를 열어보니 코니카필름100이 아닌가? 찍을 때 예감이 이상하더니만 결국... 하지만 사진은 잘 나오겠지...
후미 일행이 오기를 30분이나 기다렸지만 다들 도착하지 않아 먼저 출발한다. 장군봉 바로 아래 바람이 없는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보온 도시락에 넣어온 따뜻한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반주도 한 잔 곁들인다. 여럿이 준비해온 음식을 이것저것 먹다보니 맛나기 그지없다. 한 시간 가까이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소화도 채 되기 전에 숨 고를 틈도 없이 또다시 출발이다. 능선길이라 그리 힘드는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오르막엔 숨이 차다. 13시 4분, 장군봉 3㎞, 송광사 3㎞, 선암사 3.2㎞, 송광굴목재 1.4㎞ 지점을 지나서 8분 거리에 있는 연산봉을 올랐다. 연산봉에서 굴목재까지는 내리막길이라 2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였다. 굴목재에서 먼저 내려온 일행 8명이 송광사로 바로 하산하느냐, 아니면 천자암산을 올라가느냐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결국 시간도 많고 해서 산행을 더 할 량으로 천자암산을 오르기로 했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자니 제법 힘이 부친다. 13시 41분 천자암산 정상에 올랐다. 뒤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장군봉이며 연산봉이 보이고 저 멀리 남녘으로 수많은 산들이 뿌연 가스층에 쌓여있다. 정상을 내려서니 재(선암사 5.5㎞)에서부터 나 있는 경사가 가파른 임도를 따라 하산하기 시작한다. 13시 52분 천자암(선암사 6㎞)을 지나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계속 내려오니 상이 마을이 나온다. 14시 8분, 마을에 도착해서야 천자암에서 인구치를 거쳐 송광사로 가는 길이 있는 줄 알았으나 그렇다고 도로 천자암을 오를 수는 없고, 마침 길가는 아주머니에게 송광사 가는 길을 물어보니 천자암을 올라서 간다고 했다. 천자암으로 안가고 가는 길이 없냐고 물어보니 옆 골짜기로 가는 임도를 따라가서 재를 넘으면 된단다. 그래서 인구치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아래 목장까지 나있는 도로가 끝나고 산길을 오른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산길이라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에 와 닿는 감촉이 아주 좋게 느껴진다. 가파른 포장도로를 내려오느라 좀 지친 듯하다. 인구치로 오르는 길이 힘이 든다. 다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는 터라 정신적으로 더 힘드나 보다. 14시 51분 인구치(천자암 1.8㎞, 송광사 0.8㎞,)에 올라 송광사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15시 11분 천자암 3.2㎞ 지점을 지나자 곧 바로 송광굴목재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고 곧 이어 송광사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추긴 후 다른 일행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15시 33분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다들 우리보다 먼저 와있을 줄 알았는데 몇 사람만 와 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우리보다 늦게 도착했다. 길을 잘못 들어 고생 아닌 고생을 좀 하긴 했어도 나름대로 즐거운 산행을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