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게 하는 '색'다른 섹스
섹스는 잘하면 '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의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독'이 되는 섹스는 다음과 같다.
고혈압이나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자에겐 뇌졸중, 심근경색, 성교사(性交死)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사정을 할 땐 100m를 전력 질주하는 운동 효과에다 심리적 흥분까지 겹쳐 혈압과 맥박이 급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돌연사 중 성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1%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심혈관질환자는 섹스를 할 때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며 격렬한 섹스는 삼가야 한다. 식사, 사우나, 급격한 운동 후 30분 이내엔 삼가는 게 좋으며,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성상위 체위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아내가 아닌 낯선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경우엔 성적 흥분이 평소보다 훨씬 고조되므로 삼가는 게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고한다.
여러 여성과 갖는 문란한 섹스도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에이즈, 매독, 요도염, 콘딜로마(곤지름), 음부포진(헤르페스 피부염), 사면발이 등의 성인성 질환(성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평생 30명 이상의 여성과 섹스를 한 남성은 한두 명의 여성과 섹스를 한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2.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또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95% 이상 성병이 원인이다. 따라서 섹스의 건강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건전한 성관계를 유지하고 고정적 섹스 파트너가 아닌 상대와 섹스를 할 때는 콘돔 등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부부가 사랑가운데 나누는 섹스는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
섹스는 노화를 방지한다. 스코틀랜드 로열 에든버러병원 연구팀이 3500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3회 이상 섹스를 하는 사람은 평균 10년(남자 12년1개월, 여자 9년7개월) 더 젊은 것으로 평가됐다. 섹스할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 주기 때문으로 평가됐다. 또 오르가슴과 사정 직전에 노화방지 호르몬인 DHEA의 혈중 농도가 평소의 5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어 편두통을 비롯한 각종 통증을 완화하고, 심지어 요통까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절정의 순간과 그 직전에 분출되는 엔돌핀과 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 때문으로 추정된다. 엔돌핀은 통증을 잊게 하는 강력한 자연 진통제다. 또 굵은 가닥으로 전달되는 접촉 감각신경이 가는 가닥으로 전달되는 통증 감각신경을 차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미국의 베벌리 휘플 교수는 “과격하지 않은 부드러운 섹스는 ‘통증의 문턱’(통증을 참아내는 한계)을 높여서 두통, 관절통, 치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요통이 있는 사람도 섹스를 해야 하며,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는 무리없이 1500m를 걸을 수 있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게 좋다고 의사들은 권고한다.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미국 윌크스대학 연구팀은 1주일에 1~2회 섹스를 하면 면역글로블린A의 분비량이 증가해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동일한 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서 비교한 결과, 섹스를 하는 그룹의 치료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성적 흥분 상태가 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T임파구가 백혈구 내에서 순식간에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위니프래드 커플러 박사는 매주 성관계를 갖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월경주기가 더 일정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도 두 배 정도 증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에스트로겐은 칼슘 등의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골밀도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 폐경이 돼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어지면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한편 미국 카렌 도냐휴 박사는 섹스가 남성에겐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증가시켜 뼈와 근육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100m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운동효과를 얻는 섹스는 심폐기능을 높여 혈압을 떨어뜨리며 결과적으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혈압이 높은 사람에겐 복상사의 위험도 있지만 영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잦은 성행위가 심장병을 오히려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섹스는 임신 중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서 일어나는 임신중독증 자간전증(子癎前症)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호주의 아델레이드대학 로버트슨 박사팀은 임신 중 섹스를 하는 여성은 자간전증 위험이 현격하게 감소하는데 이는 배우자의 정액에 있는 TGF-β라는 물질의 보호기능 때문일 것이라고 보고했다. 네덜란드의 쾰만 박사는 구강 성교를 하고 정액을 많이 삼키는 여성은 자간전증이 적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사람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섹스를 하고 나면 사람을 이완시키는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고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또 아연, 칼슘, 칼륨, 과당, 단백질 등을 함유한 정액 자체가 우울증을 완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뉴욕 주립대 학생들의 연구에 따르면 콘돔 없이 섹스를 한 여성들은 콘돔을 사용한 채 섹스를 했거나 섹스를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증세도 덜 겪고 자살시도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액의 각종 좋은 성분이 질을 통해 흡수됐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전립선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 섹스를 통해 정액이 배출되지 않고 정체되면 정액의 30~40%를 만들어내는 전립선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2002년 미국의학협회지도 잦은 사정이 전립선암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으며, 전립선암 예방협회는 전립선암의 예방을 위해 독신 남성들도 섹스 또는 자위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칼로리가 소모가 많은 것도 한 이유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쾌감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섭식 중추와 겹쳐 있어, 성욕이 만족되면 불필요한 식욕이 억제되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는 섹스를 할 때 분비되는 자궁수축 호르몬(옥시토신)이 특정 세포를 재생시킴으로써 당뇨병 등으로 인한 고질적 상처를 빨리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h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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