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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빌려쓴다… 유학도 안갔다 왔다… 그런데 세상이, 그의 사진에 반했다

영봉 2011. 5. 28. 21:37

카메라도 빌려쓴다… 유학도 안갔다 왔다… 그런데 세상이, 그의 사진에 반했다

LA=신용관 기자 qq@chosun.com

세계 10대 미술관 美 게티,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이명호 작품 전시·소장

2008년 여름 미국 뉴욕 사진 예술계의 실력자 요시 밀로(Yossi Milo)는 대표적 사진 계간지 '포암(FOAM)'을 뒤적이다 깜짝 놀랐다. 'Myoung Ho Lee'라는 낯선 한국 작가가 20쪽에 걸쳐 특집으로 실렸기 때문이다. '포암'이 한국 작가를 다룬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회화와 사진을 겹쳐 놓은 듯한 'Tree' 연작은 밀로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작가 얼굴도 안 본 상태에서 평생 전속 계약을 맺었다. 밀로는 옳았다. 최고(最古)의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는 2009년 4월호 표지로 이명호를 올렸고, 프랑스 에르메스재단,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스타토일, 미국 투자자문사 피델리티 컬렉션이 그의 작품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번 차례는 드디어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미국 LA 장 폴 게티 미술관. 지난 2월부터 올 7월까지 그의 작품 'Tree#3'와 'Tree#11'을 전시 중이다. 5점은 아예 구입해 영구소장했다. 세계 10대 미술관에서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을 소장·전시한 첫 사례다. 그의 작품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미국), 으젠느 앗제(프랑스), 폴 스트랜드(미국) 등 사진예술계 거장의 작품과 함께 전시 중이다.

이명호의 사진‘Tree #11’. 광목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무를 찍었더니,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명호 제공

게티 미술관 큐레이터 앤 라이든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7만점 사진 중에서 정수만을 추린 특별전"이라면서 "이명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건 (게티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명호(36)는 유학 한번 하지 않은 순수 토종 사진작가. 서울대 수학과를 2년 다니다 중앙대 사진학과에 새로 진학했다. "이성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 '너머'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택했다"고 했다. 2004~2009년에 걸쳐 제작한 이 작가의 첫 작품 'Tree' 연작은 나무 뒤에 커다란 광목으로 만든 캔버스를 세워 회화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5년간 일했지만 작품은 겨우 15점. 희소성을 위해 사진의 특징인 복제를 거의 포기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카메라가 없다는 것. 그는 "고급 승용차 소유자가 작은 스크래치라도 날까 봐 차의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듯, 주객전도될까 두려워 아예 카메라를 임대한다"고 했다. 그의 임대 카메라는 스위스 지나(Sinar)의 대형 카메라(4×5인치). 보디(렌즈 뺀 몸체)만 1000만원대다.

미국 LA의 장 폴 게티 미술관은 이명호의 사진을 소장, 전시중이다. 한국 사진작가로는 처음이다. /사진작가 김혜민

현재 그는 '바다(Sea)' 연작 작업 중이다.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비사막에서 300여명 인력이 동원돼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출하는 작업이다. 한 번 촬영에 3주, 1억원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대작이다. 총 6회 촬영인데 4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