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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색 설정, 파라미터에게 맡겨라[차주경의 개념디카(22)]

영봉 2012. 12. 23. 21:57

발색 설정, 파라미터에게 맡겨라

 

사진을 보다 보면, 원색이 강조돼 강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나 빛이 부드럽게 퍼져 몽환적인 느낌의 인물 사진, 먹음직한 빛깔로 표현된 음식 사진 등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촬영할 수 없을 듯한 사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진들은 모두 후보정을 거쳤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한다면 오산. 디지털 카메라에는 발색을 강화하고 사진 자체의 느낌마저 바꿔주는 기능, ‘파라미터’가 있습니다. 이 파라미터 기능을 응용하면 사진의 색상은 물론 화질까지도 사용자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파라미터 조절 기능. 중급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라면 대부분 지원합니다.

 

중급 이상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대부분의 미러리스 & DSLR 카메라는 파라미터 설정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파라미터 종류는 카메라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콘트라스트’, ‘선명도’, ‘채도’, 이 세 가지 사양은 기본으로 지원됩니다. 이 세 가지가 발색 조절의 기본이거든요. 그렇다면, 이 파라미터들은 사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사진의 '인상'을 결정하는 파라미터, 콘트라스트

 

문자 그대로 ‘대비’를 뜻하는 파라미터, 콘트라스트는 사진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콘트라스트가 높으면 사진의 느낌 자체가 강해집니다. 색의 대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색상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요. 콘트라스트를 낮추면 다소 색이 빠진 듯 한, 부드러운 인상의 사진이 나옵니다.

 

▲콘트라스트를 높인 사진(좌)과 낮춘 사진(우). 비교해보세요.

그렇다면, 콘트라스트를 무조건 높이면 좋은 걸까요? 아닙니다. 콘트라스트가 너무 높으면 이미지의 계조가 오히려 무너집니다. 위 예제 이미지를 보면, 콘트라스트가 너무 높은 나머지 의자 부분의 흰 색이 날아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콘트라스트를 높여 강한 느낌을 사진에 심는 것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히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응용해 흑백 사진에서 콘트라스트를 높이면 아주 강렬한 인상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가운데에는 일부터 높은 콘트라스트의 흑백 사진 촬영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도 있을 정도입니다.

 

날카로운 해상력을 원한다면 '선명도' 조절해보세요

 

선명도(샤프니스라고도 합니다)는 이미지가 얼마나 선명하고 날카롭게 표시되느냐를 결정하는 파라미터입니다. 선명도를 높이면? 피사체 경계면이나 주변부가 날카롭게 묘사돼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선명해집니다. 반대로 선명도를 낮추면 부드러운 묘사로 인해 이미지 자체가 살짝 흐리게 묘사됩니다.

 

▲선명도가 높으면(좌) 이미지가 날카롭게 표시됩니다. 낮으면(우) 그 반대지요.

 

선명도는 어디에 주로 쓰일까요? 단연 접사, 풍경, 인물 사진입니다. 해상력이 생명인 접사나 풍경 사진 촬영 시에는 선명도를 되도록 높여주는 것이 좋겠지요? 반면, 인물 사진, 특히 인물의 여성 사진에 선명도를 높였다가는 난리 나겠지요. 이럴 땐 선명도를 낮춰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선명도를 너무 높일 경우 이미지가 딱딱해 보이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상력을 오히려 망가뜨리는 요인이 되니 주의하세요. 흔히 '샤프니스가 튄다'라고 표현하는데, 선명도를 너무 높이면 이미지의 경계가 부자연스럽게 묘사되기도 합니다.

 

색의 농도를 조절하는 채도 파라미터

 

채도는 색의 진하고 엷음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원색 계열을 얼마나 진하게 표현하느냐-의 여부가 이 채도 파라미터 설정으로 판가름 납니다. 즉, 채도를 높이면 사진 내 모든 색상이 매우 선명하고 강하게 표현됩니다. 원색 계열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채도를 낮추면 이미지가 흑백 사진 톤을 띠게 됩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채도 파라미터를 최하로 낮추면 흑백 사진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흑백을 그래서 ‘무채색’이라고 일컫는 것입니다.

 

▲채도는 발색의 진하기를 조절하는 옵션입니다. 채도가 높은 사진(좌)과 낮은 사진(우).

 

원색 계열의 피사체를 촬영할 때 채도를 조절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음식 사진 촬영 시 채도를 높여주면 더 맛깔나 보이는 사진이 됩니다. 아기 사진 촬영 시에도 채도를 살짝 높여주면 피부색 표현에 효과적입니다. 채도가 낮은 이미지는 상당히 무거운 느낌을 줍니다. 비 오는 날 스냅 사진이나 야간 촬영 시, 흑백에 가깝게 채도를 낮춘 사진을 보면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조사에 따라서는 이미지의 밝은 부분 / 어두운 부분을 살리거나 낮춰주는 하이라이트 / 섀도우 파라미터, 모든 색상 자체를 틀어주는 색조 등 독특한 파라미터 설정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파라미터는 보통 촬영할 때마다 일일이 변경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사용자가 정해놓은 카메라 설정을 저장해 두는 커스텀 설정을 사용해 보세요. 단, 중고급 미러리스 & DSLR 카메라 정도만 커스텀 설정을 지원한다는 점은 함정입니다.

 

파라미터가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기본 발색 설정 기능 요긴해

 

▲파라미터를 촬영 환경에 맞게 설정해 주는 발색 설정 기능

파라미터와는 별개로 발색 설정 기능을 지닌 디지털 카메라도 있습니다. 발색 설정 기능 내 메뉴에는 보통 인물 / 풍경 / 뉴트럴 / 석양 등, 촬영 환경의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름 그대로 인물 / 풍경 / 석양 등 해당 촬영 환경에 맞는 최적의 파라미터를 적용한 것입니다. 뉴트럴의 경우 사진 보정 없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할 때 쓰입니다. 흑백은……이야기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 참고로, 발색 설정 기능 내에서도 파라미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낼 수 있는 발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아실 수 있겠지요?

 

파라미터 및 발색 설정 기능은 상황에 맞춰 사용하면 아주 요긴합니다. 밋밋한 사진보다는 촬영자의 의도에 맞는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녀석이 바로 이 파라미터입니다.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사진의 구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