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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밝기를 쥐락펴락. 측광의 세계[차주경의 개념디카(20)]

영봉 2012. 11. 23. 17:30

사진 밝기를 쥐락펴락. 측광의 세계

 

지난 시간까지 셔터, 조리개와 AF의 동작 원리 및 이들이 사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표현의 범위를 넓혀주는 다양한 수동 기능과 사용하기 편리한 장면 모드도 알아봤고요. 이처럼 사진 한 장을 촬영할 때에는 다양한 이론과 기능이 관여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인데요, 셔터와 조리개 외에 빛의 양을 조절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측광'입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이 아이콘이 측광을 나타냅니다.

 

측광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빛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AF 센서뿐만 아니라 측광 센서에도 닿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이 이 정도 밝기구나. 주인님이 적당한 밝기로 사진을 찍게 하려면 조리개와 셔터는 이 정도 값이 알맞겠다'라고 생각하고 그 값을 자동으로 조절(물론, 완전 수동인 M 모드는 제외입니다)해 줍니다.

 

따라서, 측광이 달라지면 카메라가 빛을 측정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그 만큼 사진의 밝기도 달라집니다. 반대로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려면 이 측광을 조절하면 된다는 이야기지요. 이번 시간에는 측광의 종류와 동작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범용적이지만, 빗나가기도 쉬운-멀티 측광

 

멀티 측광은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누고, 각 영역의 빛의 양을 산출해 그 평균으로 촬영 값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그 만큼,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눌 수록 멀티 측광의 정확성은 높아지겠지요? 일반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들은 화면을 수십여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빛의 양을 잽니다. 중, 고급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화면을 수백에서 수천 개로 나눠 더욱 정밀하게 빛의 양을 측정해 주기도 합니다.

 


▲화면을 나눠 각 부분의 노출 평균값을 구한다. 이것이 멀티 측광입니다.  

 

멀티 측광의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입니다. 골치아프게 노출 차이를 고려할 필요 없이 그냥 화면의 평균 노출 값으로 사진을 촬영하니까요. 그렇기에 멀티 측광은 일반적인 환경 하에서의 스냅 사진이나 풍경 사진 촬영 시 유용합니다. 가장 부담없이,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멀티 측광입니다.

 

역광 하에서 멀티 측광을 사용하면 이렇게 피사체가 어둡게 나오기 일쑤입니다.

 

다만, 멀티 측광을 사용할 경우 화면 내 배경과 피사체의 노출이 두드러지게 다르면 노출이 쉽게 빗나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역광 하에 있는 피사체에 멀티 측광을 사용한다면 피사체는 새까맣게 나올 것입니다. 왜냐 하면, 멀티 측광을 사용하면 카메라는 화면 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경'이 '밝다'고 판단하고 노출을 내리게(셔터 속도를 빠르게) 됩니다. 노출이 낮아지니 안 그래도 배경보다 어두운 피사체는 더 어둡게 표현될 것입니다. 따라서, 빛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싶다거나 촬영 환경이 특수한 상황이라면 다른 측광이나 M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빛의 양을 측정-중앙중점 측광

 

사진 촬영 시, 피사체를 화면 가운데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를 상정한 것이 중앙중점 측광입니다. 이 기능은 화면 가운데 일부를 기준으로 빛의 양을 측정합니다. 즉, 피사체가 가운데 있을 경우 그 피사체의 노출을 위주로 빛의 양을 조절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중앙중점 측광은 가운데 부분의 노출을 위주로 설정을 조절합니다.  

 

중앙중점 측광은 멀티 측광보다 정밀하게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화면 전체가 아닌 가운데 일부분의 빛의 양만 측정하니까요. 따라서 노출이 심하게 틀어질 염려가 멀티 측광에 비해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중앙중점 측광은 측광 가운데 가장 처음 고안된 것이기도 합니다. 구형 필름 카메라들은 대부분 중앙중점 측광을 사용하니 알아두세요.

 

핀 포인트로 노출을 정밀하게 조절한다-스팟 측광

 

스팟 측광은 중앙중점 측광과 유사한 개념인데요, 차이점은 중앙중점 측광보다 훨씬 작은, 말 그대로 화면 내 극히 일부분의 빛의 양을 측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사체의 노출을 가장 정확히, 가장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스팟 측광입니다.

 


▲화면 내 극히 작은 부분의 빛을 측정하는 스팟 측광.  

 

스팟 측광의 장점은 피사체에 알맞은 최적의 측광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역광 촬영 환경 하에서 멀티 / 중앙중점 측광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밝은 배경 탓에 피사체 노출이 너무 낮게 잡힙니다. 이 때, 스팟 측광을 사용해서 화면 내 극히 작은 피사체를 기준으로 빛을 측정한다면, 피사체에 알맞게 노출이 높아집니다. '배경이고 뭐고, 나는 피사체만 생각해서 노출을 잡겠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스팟 측광을 사용하는 것이 답입니다.

 

하지만, 스팟 측광은 아주 작은 영역의 밝기만 측정하는 만큼 다루기 어렵습니다. 빛의 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촬영 값이 널뛰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스팟 측광 영역을 극단적으로 작게 설정했을 경우 인물의 볼 & 목의 그림자간 노출 차이가 1스톱 이상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샘플 이미지를 통해 측광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완전히 같은 촬영 환경 하에서 측광만 다르게 설정해 사진을 촬영해보겠습니다.

  

멀티 측광(1/50초)

중앙중점 측광(1/30초)

스팟 측광(1/20초)

 

위 사진은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측광만 바꿔 촬영한 사진입니다. 멀티 측광을 사용한 카메라는 배경의 흰 천을 보고 '지금 제법 밝은 시간이구나. 셔터 속도를 좀 빠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1/50초로 설정했습니다. 중앙중점 측광으로 바꾸면 배경이 아닌, 피사체를 우선으로 노출을 잡겠지요? 카메라는 '어? 좀 어두운 상황이네? 셔터 속도를 좀 낮춰야지'라고 생각하고 1/30초로 설정합니다. 스팟 측광으로 바꾸면 '아이고. 꽤 어두운 상황이구나. 셔터 속도를 더 낮추자'고 생각하고 1/20초를 두는 겁니다.

 

측광은 이처럼 같은 상황 하에서 사진의 노출을 바꿔줍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편리한 멀티 측광을 사용하다가, 생각한 것만큼 밝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스팟 측광을 사용해 보세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은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측광의 기본 원리를 익힌 후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보면 측광이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특정 상황에 측광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감도(ISO)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