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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만 틀어져도 아니되오. 사진의 구도[차주경의 개념디카(23)]

영봉 2012. 12. 23. 22:15

한 치만 틀어져도 아니되오. 사진의 구도

 

사진을 찍다 보면 왠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발색, 피사체, 노출 다 좋은데, 뭔가 미묘하게 아쉽고 불안한 느낌이 들 때. 바로 사진의 구도가 틀어졌을 땝니다.

 

사진에 있어 구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사체의 위치가 틀어지거나, 사진이 기울어졌거나, 프레임 내에 너무 많은 피사체가 있거나 프레임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면 구도가 틀어지고 어색한 사진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사진은 '빼기의 미학'이라고도 합니다. 사진의 구도를 맞추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구도의 기본. 수평, 수직은 가급적 맞춰주세요

 

사진 촬영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수평, 수직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선 아래 예제 이미지 두 장을 보세요. 아래 두 사진은 같은 환경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위 사진은 수평을 맞췄고, 아래 사진은 미세하게 사진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위 사진은 괜찮은데, 아래 사진은 뭔가 불안해 보입니다. 수평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눈에 알 수 있듯 수평이 맞지 않은 아래 사진은 어색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수직이 맞지 않은 사진도 마찬가지지요. 수평, 수직을 맞추는 것은 사진의 기본입니다. 수평, 수직이 어긋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촬영 자세가 불안하다거나, 프레임 내에 수평을 맞출만 한 기준 피사체가 없다거나 하는 경우지요. 가장 흔한 것은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까지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셔터를 누를 때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지요. 이 경우, 예제 사진처럼 사진이 수평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지게 되니 셔터를 누를 때는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간혹, 렌즈 자체의 왜곡 때문에 사진이 휘어져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렌즈 왜곡은 술통 모양처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보이는 배럴 디스토션, 그 반대로 가운데가 오목하게 보이는 핀쿠션 디스토션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광각 렌즈에서, 후자는 망원 렌즈에서 주로 생기죠. 이 왜곡들은 광학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 완전히 줄일 수는 없습니다. 최신 렌즈들은 각종 특수 렌즈를 넣어 이 왜곡을 억제해주기는 합니다. 왜곡을 줄이라면? 줌 렌즈의 경우 표준 영역으로 초점 거리를 살짝 바꿔주면 왜곡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후보정을 이용하는 수도 있습니다.

 

▲왜곡 보정 기능 사용 전(왼쪽)과 후(오른쪽). 확연히 다르지요?

 

최신 디지털 카메라들은 이 왜곡을 잡아주는 기능을 지원하니, 이전에 비해 사진 찍기 많이 편리해졌지요.

 

▲3벌식 수평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나는 정말 수평 못 맞추겠다' 싶은 독자분들은 수평계 구입을 고려해 보세요. 수평계는 카메라의 핫 슈 부분에 장착하는 액세서리로, 사용법은 '공기 방울이 가운데 오게끔 카메라를 움직여주는' 것입니다. 수평계는 좌우 방향만 측정해 주는 1벌식, 상하좌우를 측정하는 2벌식, 상하좌우앞뒤를 측정해 주는 3벌식으로 나뉩니다.

 

몇몇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 수평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곡 보정 기능, 디지털 수평계, 모두 첨단 디지털 카메라가 주는 장점입니다. 안정된 구도를 잡기 위해서라면, 이들을 충분히 활용해주어야겠지요?

 

피사체에 집중해라

 

구도 선정의 기본 두 번째. 피사체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인물, 접사 사진의 경우 피사체가 1~2개이니 비교적 명확하게 프레임을 잡을 수 있지만, 풍경이나 스냅, 여행 사진처럼 피사체가 다양한 경우에는 주 피사체를 정해두고 그 피사체에 집중해 사진의 구도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사체를 가운데 두면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피사체의 위치(위 / 중간 / 아래)에 따라서도 느낌은 사뭇 달라집니다.

 

피사체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구도가 결정됩니다. 피사체를 가운데에 두는 것은 전형적인 피사체 강조 앵글입니다. 피사체를 가운데에 두되, 가운데의 위 / 중간 / 아래에 둘 때에도 느낌이 다 다릅니다. 피사체를 화면 가운데 위에 두면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을 줍니다. 피사체가 가운데 중간에 있으면 안정적인 느낌이 들고, 가운데 아래 있으면 광활한 느낌을 주는 지라 풍경 사진에 응용하기 좋습니다.

 

▲하이 앵글 사진입니다. 피사체가 작고 귀엽게, 강조돼서 묘사됩니다.

 

피사체를 위 / 아래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이 / 로우앵글이라고 하는데요, 피사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하이 앵글은 피사체를 작게 / 강조해서 표현합니다. 인물 사진 촬영 시 하이 앵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셀프 카메라지요. 일명 '얼짱 각도'가 바로 이 하이 앵글인데, 이 경우에는 인물의 얼굴이 상대적으로 작게 묘사됩니다.

 

▲로우 앵글. 역광 하에서의 촬영이나 피사체를 강대한 느낌으로 묘사할 때 써 보세요.

 

반면, 로우 앵글은 피사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각입니다. 이 경우에는 하이 앵글과 반대로 피사체의 크기를 확대해서 거대한 느낌을 줍니다. 로우 앵글은 인물 사진 촬영 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하이 앵글과는 반대로 남성적인 느낌의 사진이 됩니다. 역광 촬영 시 피사체의 실루엣을 묘사할 때에도 로우 앵글이 유효하게 쓰입니다.

 

화면을 나눠 피사체를 배치하자. 황금분할

 

자, 그럼 본격적인 구도에 대해 알아볼까요? 독자분들은 '황금분할'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미술의 구도 가운데 하나인 황금분할은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이 5:8, 혹은 1:1.6이 됐을 경우를 일컫습니다. 이 황금분할로 이루어진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사람은 안정된 시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네요. 

 

황금분할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한 번 디지털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야겠군요. 디지털 카메라의 디스플레이 설정이나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격자가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아래 그림같은 그물 모양 격자를 켜 보세요. 

 

 

▲격자 기능은 황금분할의 원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모양의 격자는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가 지원합니다.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가로세로 3개의 화면, 총 9개의 화면을 만드는 3분할 격자선은 구도의 기본입니다. 선과 선이 만나는 점 부분이 황금분할의 위치입니다. 바로 이 곳에 피사체를 위치시키는 것이 구도의 기본이지요. 가령 아래 사진의 경우가 황금분할의 포인트에 피사체를 위치시킨, 기본적인 구도의 사진입니다.

 

▲선과 선이 만나는, 황금분할의 포인트에 피사체를 배치한 사진입니다.

 

황금분할은 일종의 '가이드'로 이해하면 됩니다. 만능은 아니지만, 누구나 안정적인 구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황금분할입니다. 피사체를 화면 가운데 배치하는 것도 좋지만, 황금분할 격자에 맞춰 피사체를 배열하면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구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