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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왕도가 없다[차주경의 개념디카(30)]

영봉 2013. 2. 9. 15:01

사진에는 왕도가 없다

 

지금까지 개념디카 코너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의 선택 방법, 종류와 장단점, 기본 촬영 이론과 응용 촬영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시간을 마지막으로 개념디카 코너를 마무리하기 전, 디지털 카메라라는 도구와 사진이라는 취미를 조금 더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나의 피사체를 다양한 구도와 방향에서 여러 장 찍어보세요

 

'구도'에 관한 내용을 개념디카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론화, 정형화된 구도가 몇 가지 존재하긴 하지만, 반드시 사진을 이 이론에 맞춰서 찍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론을 탈피한 구도가 피사체를 더 부각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피사체를 다른 방향과 구도로 촬영해보면 그 피사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 사진가들이 초보 사용자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줄 때 주로 하던 말이 '피사체를 하나 정해서 필름 한 롤(24매)을 모두 다른 앵글로 잡아라'라는 것입니다. 피사체를 단순한 시각에서 접근하지 말고, 다양한 시각과 구도를 적용해 살펴보라는 이야기지요.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값도 들지 않는데다 라이브 뷰라는 편의 기능도 지녔습니다. 하나의 피사체를 촬영할 때, 다양한 구도와 방향을 적용해보세요.

 

브라케팅 촬영을 유용하게. 피치못할 상황이면 노출은 언더로

 

사진을 죽이고 살리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노출'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노출은 단순히 이미지의 밝기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색 표현에까지 간섭하니까요. 이전 강좌를 통해 노출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만, 촬영 상황이 급박하다거나 노출을 잘 이해하지 못 하겠다면, 브라케팅 촬영을 적극 이용해 보세요.

 

브라케팅 촬영의 장점은 노출이 다른 이미지를 연속 촬영하므로 적정 노출을 찾기 쉽다는 점입니다. 브라케팅 촬영->적정 노출 이미지 확인->그 이미지의 촬영 설정 확인->설정 변경까지 10초도 안 걸릴 겁니다.

 

▲노출 언더보다는 노출 오버를 주의하세요!
노출 언더는 위 사진처럼 보정을 통해 살릴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합니다.

 

촬영 시 피사체와 배경의 상황에 따라 노출을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가급적 노출을 언더로 촬영하세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출 언더는 보정이 쉽지만, 노출 오버는 보정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색 정보를 표현해 사진을 만듭니다. 만일 사진이 어둡게 나오더라도, 그 사진 안에는 색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를 프로그램으로 증폭해 노출을 맞출 수 있습니다.

 

반면, 사진이 너무 밝게 나오면 그 부분의 색 정보는 기록이 아예 안 됩니다. 당연히 색 정보가 없으니 색을 살리는 보정도 불가능하겠지요? 따라서, 사진을 너무 밝게 찍는 것보다는 조금 어둡게 찍는 편이 보정하기 더 쉽습니다.

 

주제를 정해 촬영해보세요

 

전문 사진가들은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개인전을 열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사용자들도 이처럼 주제를 잡아 촬영하면 사진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거리, 인물, 풍경, 스냅 같은 일반적인 주제에서부터 우연히 만나는 길거리 동물, 쉽게 보기 힘든 자연 현상,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의 촬영 등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난 주제를 잡아 사진을 촬영해 보세요. 그렇게 주제별로 촬영한 사진을 폴더 / 날짜별로 정리해 두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 자신의 사진을 뒤돌아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지요.

 

장비에 익숙해지세요

 

최신 디지털 카메라는 각종 촬영 편의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를 사용하면 못 찍는 사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디지털 카메라 구입 후 계속 장비를 바꾸고 추가로 카메라를 구입하고는 합니다. 물론 사진 실력을 늘리는 데 장비의 도움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비를 반드시 여러 대 구비하거나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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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수백만 원 짜리 카메라를 써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마음에 드는 디지털 카메라를 한 대 구입해 그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익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자기가 사용하는 카메라와 장비에 익숙해져야 사진 이론을 대입할 수 있고, 장비를 잘 다룰 줄 알아야 자기가 생각한 사진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장비를 갖추고 사진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예산과 용도에 맞는 제품을 구입하고 그 장비의 성능을 90% 이상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져보세요. 명필가는 붓을 가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컷 수를 아까워하지 마세요

 

사진 실력을 늘리려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세요. 필름 카메라는 배터리, 필름 값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다가 촬영한 사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그 만큼 한 장의 사진을 신중하게 찍어야 했고 그에 따라 이론을 배우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값도 안 들고 촬영한 사진도 그 자리에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경제적이고 편리한 셈이지요.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 10000장의 사진을 찍으려면 필름 값만 대략 200만 원 가량이 듭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10000장의 사진을 찍으려면? 그저 시간과 피사체만 있으면 됩니다.

 

컷 수를 아까워하지 마세요. 디지털 카메라의 컷 수는 곧 그 사진가의 경험이자 실력을 말해줍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