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실크로드

영봉 2006. 5. 28. 22:19
 

실크로드 여행(2003)


8월 13일

  5시 반에 역전에서 출발하는 김해공항행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다섯시도 채 안되어 도착해보니 한 사람도 안 보인다. 5시 45분에 역전을 출발하여 장유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7시 20분에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8시 40분 KE875호 대한항공으로 김해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9시 15분(중국시간)에 상해 푸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절차를 끝내고 대기하고있던 버스편으로 공항을 출발하여 시내관광에 나섰다. 밤경치가 일품이라는 외탄관광도에서 강 건너 경관을 구경한 후 12시 20분 天厚餐廳레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끝낸 후 우리의 목적지인 우루무치(鳥魯木齊)-천산북로에 있는 신강 위글 자치구의 수도인데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가기 위해 虹橋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14시 15분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다섯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19시 25분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한다. 내가 여태까지 타본 비행시간으로는 가장 긴 시간이다. 그것도 중국 한 나라에서만 이렇게 긴 시간을 비행한다는 게 과연 중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큰지...?

 

                                                                                        우루무치 야시장

 

  오후 8시가 넘어 공항을 출발하여 우루무치(해발 650~870m) 시내로 들어서서 라마다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자 점차 어두워져 근처에 있는 五一星夜光市 야시장을 구경했다. 먹자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이 세상에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음식들을 만들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호객 행위를 하면서 팔고있다. 저녁을 먹은 뒤라 전혀 먹고싶은 충동을 느끼지 못해 갖가지 음식 냄새만 실컷 마시면서 호텔 앞에 주차해둔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하여 우리가 묵을 MIRAGE HOTEL(美麗華酒店)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여행 첫날 하루 밤을 보냈다.

 

8월 14일

  전날 늦게 잤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이국땅이라서 그런지 일찍 잠이 깼다. 7시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끝내고 7시 47분 버스편으로 우루무치에서 110㎞ 동쪽에 있는 천산천지로 향하여 일찍 출발한다. 9시 7분, 천산천지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에서 우리가 타고온 버스에서 내려 소형 버스를 갈아타고 조금 올라 하차하여, 이번에는 다시 소형 전기합승차를 타고 조금 오르니 천산천지다. 걸어도 얼마 안 걸리는 거리를 이렇게 두 번씩이나 차를 갈아타고 올라야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 다 자기들 벌어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안 따를 수도 없고. 정상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천산산맥의 버거다봉(해발 5,445m)이 바라보이는 天池(해발 1,950m, 넓이는 4.9㎢)에 올라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즐긴다. 西王母-중국 전설상의 여인-가 주나라 穆王을 아름다운 연못에서 대접했다는 설이 있는 호수가 천지라고 한다.  유람선을 타고 그리 넓지도 않은 호수를 흰 물살을 가르면서 한 바퀴 돌아왔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두 시간 가까이 천지에서 놀다가 내려오 는길에 1시 38분 新彊天池旅遊接待中心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천산 천지

 

 오후에는 신강박물관을 관람하고 근처에 있는 카페트 공장에 들러 생산품과 직접 짜는 과정을 구경한 후 白楊골 남산목장으로 향했다. 남산은 천산북로에 펼쳐지는 명승지로 우루무치에서 75㎞ 남쪽에 있다. 백양골 일대에는 카자프족의 목장이 있으며 완만한 경사의 녹색초원에 양치는 주민들의 파오(包)가 있다. 16시 20분 남산 목장에 도착하여 유목민들의 생활상인 파오를 둘러보고 양꼬지도 맛보았다. 이곳에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말을 태워 한 시간 가량 초원을 관광시키고 있다. 자기가 고른 말에 타면 손님을 태우고 유람을 시키는데 나는 혼자서 말을 타고 일행을 따라 갔다. 초원 안쪽에 있는 20m 가량의 폭포까지 갔다오는 코스인데 물이 말라 폭포는 가지 않고 중도에 되돌아오는데 어찌 용케도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난생 처음으로 이역 만리 먼 이국 땅에서 말을 다 타 보았다.

  18시 25분 목장을 뒤로하고 투루판(吐魯番)으로 향했다. 고비 사막을 한차 달리다보니 길 양쪽에 풍력발전을 하는 대형 풍력계가 나타났다. 고비사막의 벌판에 300여기의 풍력계가 가동중이고 앞으로 계속 설치예정이라고 한다. 투루판은 분지라서 그런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해발 50m 정도니까 내륙에서 쑥 둘러 꺼진 곳으로 천지(1,950m)에서 약 1,900m를 내려온 셈이다. 21시 40분 吐魯番賓館에 도착하여 호텔 내 宴賓樓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투루판 호텔 창에서 바라본 일출

 

8월 15일

  어제 14시간 동안의 관광으로 대부분 지쳐 오늘은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9시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끝내고  곧장 출발하여 交河故城-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향했다.

 

                                                                                                교하고성

 

교하고성에 들러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그만 미끄러져 넘어졌다.  카메라를 다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필카는 이상 없었는데 디카에 미세 먼지가 들어가 작동이 잘 되질 않았다. 완전하게 먼지를 닦지 않고 억지로 작동시키려다가 더 망가지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고집이 있어  사용하려고 끝까지 애를 썼더니 렌즈 뚜껑이 잘 안 열리는 불편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대로 사용할 수가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교하고성 관람을 끝내고 11시 22분 간헐정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가 간헐정을 구경한 후 박물관 뒤편의 홀에서 가무단의 춤과 노래를 즐겼다. 교통빈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3시 10분, 千佛洞으로 향했다. 천불동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화염산 앞에서 잠시 차를 세워 화염산 구경을 한 후 근처에 있는 포도농장으로 향했다. 여기 포도는 우리 청포도와 같은 색상으로 길이가 좀 길쭉하게 생겼는데 메마른 기후 탓으로 당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농가에서 차려주는 수박, 포도, 무화과 등 과일로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길에 씨 없고 제일  질 좋은 건포도 2Kg을 240원을 주고 샀다.

  이스람교 사원을 둘러본 후 교통대주점으로 돌아와 연빈루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돈황으로 가기 위해 19시 22분, 투루판 역으로 출발한다. 버스는 황량한 고비사막을 지나 쉼 없이 달린다. 길 양측에는 어린 나무를 심어 키우려고 노력하는데도 산 나무보다는 말라죽은 나무가 더 많다. 어떤 곳은 가는 호스를 이용해 물을 주어 제법 뿌리를 내린 곳도 많다. 아무튼 많은 나무를 심어 흙먼지라도 안 날리게 되어야 우리도 해마다 겪는 황사현상은 면할 것이 아니겠는가?

  투루판을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나서야 투루판역(해발 790m)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2층 귀빈실로 올랐다. 4인실 침대칸을 이용하는 고객은 VIP 대우인가 보다. 화장실에 들어가 그을리고 먼지로 얼룩진 얼굴을 씻었다. 2시간 가량을 기다려서 22시 31분 特快열차(중국에는 T:特快열차, K:快速열차, P:普通열차로 구분)에 올라 돈황으로 출발했다. 4인 1실인 침대칸에 중국인 한 사람이 같은 침대칸에 타고 있어 좀 경계가 됐었지만 구경하느라 피곤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잠에 골아 떨어졌다.

 

8월 16일

  열차를 타고 오는 도중 한 두 차례 잠이 깨곤 했지만 막상 일어날 시간에는 잠이 들어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6시 40분, 돈황역(유원역)에서 내려 역전에 있는 柳鐵飯店에서 아침을 먹은 후 돈황 시내로 출발했다. 돈황역이 해발 1,770m로 돈황시-해발 1,140m-로 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128Km를 가는데 불과 한 번 꺾고는 곧장 직선 길이다. 길 가 고비지대에는 군데군데 하얀 소금의 형체가 보이고 바라보이는 것은 황량한 고비사막일 뿐이다. 역을 출발한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숲이 나타나고 마을에 사람들의 내왕이 눈에 띈다. 두시간이 걸려서 돈황에 도착하여 明沙山으로 향했다.

 

                                                                                                 명사산

 

                                                                                        명사산 월아천

 

  9시 47분 명사산에 도착하여 그림으로만 보던 사막을 실제 밟아볼 수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있는 명사산을 개발하기 위해 연방 도로를 포장하고 보수하느라 분주하다. 명사산에 들어가 난생 처음으로 낙타를 타고 월아천으로 향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가 있는 게 신기하다. 사막 경사에는 모래 설매를 타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낙타를 타고 사구를 오르내리는 낙태행렬도 보인다. 우리 일행도 낙타를 타고 사구도 올라보았다. 한낮이라 광선이 좋지 않아 사진은 전혀 도움이 못됐다. 쓸만한 작품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라도 몇 장의 장면을 담아두려고 이리저리 쫓아다녔더니 나중에 밖에 나와 신을 보니 운동화 밑창이 모래사장의 열에 녹아 너덜너덜 덜렁거린다.

  거진 3시간 가까이 명사산에서 시간을 보낸 후 돈황 태양주점 내 태양궁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13시 45분 막고동굴-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로 향했다. 25분 걸려 막고동굴에 도착했지만 우리말로 안내해주는 안내자가 없어 한 시간 이상을 밖에서 기다렸다가 동굴 구경을 하게되었다. 삼국시대 우리 혜초스님이 기거하던 동굴 등 천개 이상의 동굴이 1.6Km에 걸쳐 있는데 동굴 벽에 장식되어 있는 빛바랜 벽화들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실내에 있는 불상중에서 가장 킅 불상은 높이가35.5m나 되는 불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단다. 여기서 그다음 큰 불상도 29m나 되는 불상이고 큰 와불도 하나 보인다. 안내자는 우리에게 동굴 벽화에다 낙서한 흔적을 보고 문화재를 훼손한 데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그 중에는 우리나라 학생이 제 이름 석자 써 놓은 것 가지도 지적했다.

 

                                                                                                   막고굴

 

  막고 동굴 관람을 끝내고 시내로 들어와 일월당에서 발맛사지를 받았다. 엊그제 이틀간의 여독이 발맛사지로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 돈황태양궁 식당에서 저녁 식사 후 돈황공항으로 이동하여 서안행 비행편으로 22시 20분, 돈황을 출발했다.

 

8월 17일

  돈황를 출발한지 2시간 걸려 0시27분 서안 함양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 대기중인 버스에 올라 곧바로 서안 시내로 향하여 01시 36분 로얄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늦게 잠든 탓에 6시 20분에 기상하여호텔 근처를 산책하고 아침 식사를 끝낸 후 비림을 관람했다.  이곳은 2001년에 서안 왔을 때 들렸던 곳이라 별 볼거리는 없었지만 지나다가 그림 그리는 어린이를 주제로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비림

 

  비림을 나와 자은사를 찾았다. 행여 사진이라도 찍을 게 있나 싶어 절 뒤편에 우뚝 솟은 대안탑을 오르려니 다시 입장권(20원)을 사야했다. 목조 건물의 가운데 계단을 계속 돌고 돌아 맨 꼭대기까지 오르니 땀이 났다. 사방을 돌아보아도 땅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찍을 것도 없고 그저 다리 운동만 한 셈이다. 

 

                                                                      대자은사

 

오랜만에 우리 입맛에 맞는 점심을 먹었다. 서안 시내 경복궁이라는 한국식당에서 불고기와 김치로 맛있게 점심을 먹은 것이다. 식당 주인은 한국사람이 아니고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며 친절하게 접대해주었다.

 

                                                                                                  병마용    

 

  오후에는 병마용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화청지에 들렀다가 오후 6시 조금 넘어 점심 때 먹은 경복궁에 도착하여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고 8시 반경 호텔로 돌아왔다.

 

8월 18일

  오늘 귀국하는 날이라 일찍 잠이 깨어 떠날 차비를 한다. 짐을 꾸려놓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호텔 근처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호텔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가이드에게 어젯밤에 주문 못한 참깨 5㎏을 주문했더니 호텔에서 출발 전에 가져와 가방의 짐을 다시 꾸렸다. 호텔을 출발하여 장안성(西安城墻)에 올라 서안 시내를 돌아보고 함양공항으로 향했다.

 

                                                               장안성에 올라 바라본 서안 시가지

 

  13시 35분, 우리가 탄 비행기는 서안 함양공항을 이륙했다. 3시간 가량 지난 17시 25분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5일 동안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곳에서 지내다가 비행기에서 내려 비를 맞아도 싫지가 않다. 비가 너무 반가웠다. 18시 공항을 출발하여 진주로 오는 도중 남강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진주역전에 도착하여 5박 6일간의 실크로드 대장정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산  (0) 2006.06.25
백두산-세번째  (0) 2006.06.21
삼천포  (0) 2006.05.29
곤명 여행  (0) 2006.05.28
중국 여행  (0) 200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