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산"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 님아’
노래에 나오는 천둥산을 오르기로 하여 오복탕 앞에 대기시켜 놓은 건강산악회의 대절 버스를 타기위해 7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서 버스에 오르니 이미 좌석이 꽉 찼었다. 하는 수 없이 의자에 기대어 서서 가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짐칸에 올렸다. 통로에 선 사람이 18명이나 되어 모두 63명이나 되는 인원을 태우고 7시 30분이 지나자 출발한다. 대구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4시간가량 걸려 목적지인 다릿재에 도착했는데 계속해서 비가 내려 밖에서 점심을 먹을 수 없어 근처에 있는 식당을 빌려 식사를 하려고 하였으나 여건이 되질 않아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빌려 그 안에 자리를 깔고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도 계속해서 비는 내린다. 버스를 타고 다시 다릿재로 올라와 하차하여 12시 59분,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천등산을 오른다. 임도를 따라 10분쯤 오르다가 등산로로 접어든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니 서서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길에 깔린 활엽수 낙엽이 그대로 수북하게 쌓인걸 보니 오늘은 아무도 산을 찾지 않은 모양이다. 제일 앞장서 오르기 시작하자 차츰차츰 뒷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평소 같으면 발길에 부서지는 낙엽 소리가 오늘은 빗물을 먹음은 탓인지 조용하여 가슴이 뛰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다.
안개에 가려진 정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또 한 봉우리를 올라야 하고, 이렇게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한 후 13시 53분, 드디어 안개 속에 숨어있던 천둥산(807m) 정상에 올라섰다. 주변에 있는 산들도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잠시 비는 그칠 듯 하더니 또다시 내리기 시작하여 그칠줄 모른다. 오늘 산행은 출발지인 다릿재로 되돌아오는 터라 천천히 하산하면서 경관을 즐기려고 하였으나 비 때문에 그냥 올라온 길을 그대로 내려선다. 여러 사람이 올라온 뒤라 길이 제법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천등사가 바라보이는 곳이지만 안개에 가려 절은 보이지 않고 스님의 염불과 목탁소리만이 낭랑하게 들려온다. 한 30분가량 내려가다가 능선 우측으로 나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올라올 때의 길과는 좀 다른 게 마사토의 소나무 숲길이다. 임도에 내려서니 바로 등산로 입구의 대형 주차장이다. 안내도에는 여기서 정상까지 1.5㎞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다릿재까지 0.7㎞인 셈이다. 임도를 따라 다릿재에 도착하니 14시 55분,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산행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