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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는가-점점 줄어들어가는 필름의 입지

영봉 2007. 1. 29. 19:19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는가-점점 줄어들어가는 필름의 입지
 
포장지를 찢고 처음 꺼낸 필름 냄새, 한쪽 끝을 잡아 끌어 크랭크에 필름을 장전하고 나서 카메라 뒷판을 닫을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 필름을 되감고 꺼낸 후 현상 탱크에 넣고 교반할 때의 기대감. 필름 카메라를 다루어 본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음직한 감상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시대는 아날로그의 입지를 점점 좁혀가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률은 점점 늘어가지만 그와 반비례해 필름 수요는 점점 줄어들었고, 급기야는 필름 메이커들이 생산 라인 축소 혹은 생산 중단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코닥, 아그파 등이 필름 생산 축소 혹은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 후지필름에서도 자체 필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혀 필름 애호가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세계 필름 수요는 2001년 정점을 찍은 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닥, 후지필름, 아그파 등 필름 메이커 중 가장 먼저 필름 사업에서 손을 뗀 곳은 벨기에 필름 메이커인 아그파였습니다. 한 때 전 세계 필름 시장의 10%를 장악하기도 했던 아그파는 회사 주력 분야였던 필름 사업을 포기하고 소비자 사진 부문을 매각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엑스레이 필름을 출시하고 컬러 사진 인화지도 세계 최초로  제작한 140년 역사의 강호, 아그파의 몰락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코닥에서도 흑백 인화지 생산을 중단하고 필름 생산 규모를 축소하며 구조 개선을 노리던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 후지필름에서 필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사실 한국 후지필름 생산 중단은 한국내 생산 라인 운영만을 중단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오던 벨비아 등의 필름 수급에는 차질이 없으며 전체적으로는 자체 제작에서 수입으로 시장 구조가 개편됨에 따라 그동안 국내에서 제작하던 필름인 오토오토 시리즈 가격이 약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 생산 라인의 폐쇄는 그만큼 좁아진 국내 필름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필름 애호가들은 이로 인해 필름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필름 뿐만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 역시 쇠락세를 보이며 최근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니콘, 캐논 등의 메이저 카메라 메이커에서는 몇몇 모델의 생산 라인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필름카메라 개발을 중단한 상태이며 콘탁스, 롤라이, 미놀타 등은 인수 합병 절차를 거쳐 사실상 필름 카메라 생산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라이카, 핫셀블라드 등의 메이커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물론 필름과 필름 카메라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직 화질면에서는 필름이 미세하게 앞선다는 것이 중론이며 대형인화의 경우 원판 크기가 큰 필름쪽이 더 우월하기 때문에 필름의 수요는 줄어들 지언정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또한 예전 필름 카메라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필름으로 회귀하는 것과 디지로그 트렌드의 유행이 필름에 대한 수요를 꾸준히 발생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름 시장이 이제 사양세라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필름 메이커들은 이를 미리 파악하고 나름대로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후지필름의 국내 생산 중단 소식 역시 자구책의 일원으로 보입니다. 필름 애호가들에게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아쉬운 소식이 되겠지만, 이로 인해 코닥과 함께 세계 양대 필름 메이커인 후지필름의 필름 생산이 안정화된다면 결과적으로는 메이커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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