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단상(短想)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자

영봉 2010. 6. 30. 22:25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찾기 마련이다. 우리가 보존해야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좀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닌가싶다.

나는 즐겨 산을 찾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기보다는 손쉽게 가까운 산을 찾아 도심의 공해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확 날려 보낸다. 여럿이 아니면 혼자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파묻혀 무상의 세계에 빠져, 지나온 발자취를 뒤돌아보기도 하고 더러는 헛된 생각으로 모래성을 쌓기도 한다. 결론은 하나, 참 잘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싶은 것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조용히 왔다가 자신의 흔적도 없이 조용히 다녀가면 될 것을 꼭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조용히 즐기고 떠나는데 극소수의 사람들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떠난다.

힘들여 올라 잠깐 쉬는 사이 숨을 고르며 간식을 먹으면서 과일껍질이나 우유팩, 음료수병 등을 함부로 버려 논 걸 볼 때마다 정말 화가 치민다. 나 하나 편하자고, 나 하나쯤 아무렇게나 버린다고 그게 무슨 큰 잘못이냐는 식의 자아판단 때문에 우리의 산들은 지금 이렇게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니 뭐니 해도 참 안타까운 것은 나뭇가지에 아무렇게나 매달아놓은 리본이다. 일상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산을 찾았는데 시각을 어지럽히는 울긋불긋한 리본. 해도 너무한 것은 한 발이 멀다하고 매달아 놓은 리본이 정말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한술 더 떠서 ‘자연보호’라든지 ‘산불조심’ 이라는 문구를 넣어 ‘ㅇㅇ산악회’ 라는 리본들. 이렇게 다녀간 흔적을 남겨야만 할까?  심지어 어느 대기업이 단합대회로 산행을 하면서 회사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온 산의 등산로를 리본으로 도배한 것처럼 한 곳도 있다. 가관인 것은 혼자 혹은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적은 리본을 자랑스럽게 매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광고성 플래카드. 어디 광고할 데가 없어 산중에까지 한단 말인가?

지지난해 가을, 서울에 갈 기회가 있어 간 김에 망월사역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도봉산을 오른 적이 있다. 내친김에 북한산 인수봉을 올라 도봉산과 북한산을 종주했었는데 리본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낙엽이 다 떨어진 11월이라 등산로에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길을 잃어 리본 하나 없는 도봉산에서 길을 헤맨 적이 있었지만 평소 쌓은 산행경험 때문에 무난하게 난관을 헤치고 무사히 산행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산행을 감행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산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을 발견하면 참으로 반갑다. 어느 누가 이렇게 친절하게 표시를 해두었을까 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 어디를 가나 지정된 등산로는 누구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잘 안내되어있다. 그래서 이런 리본은 그야말로 눈을 피로하게 할뿐만 아니라 그리고 산의 주인인 동물들의 서식처를 황폐화 시킨다. 지금은 리본을 다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리본을 달고 다닌다. 자기가 다녀간 것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대견할까? 정작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을 찾는 사람으로서 먼저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어 자연이 있는 그대로 보고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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