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이종교배? 렌즈 어댑터에 관해[차주경의 개념디카(14)]

렌즈 이종교배? 렌즈 어댑터에 관해

 

자, 렌즈에 관한 설명은 어댑터에 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 가운데 “내가 가진 렌즈를 다른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답은 “예, 혹은 아니오”입니다. 애매하죠?

 

캐논은 캐논, 니콘은 니콘, 소니는 소니. 기본적으로는 이처럼 각 제조사별 전용 렌즈를 사용해야 합니다. 탐론, 시그마, 토키나 등의 범용 렌즈들은 각 카메라 제조사 마운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캐논에 니콘, 소니에 캐논, 니콘에 소니……이런 식으로 렌즈를 서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혹은, DSLR 카메라 렌즈를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능케 해 주는 것이 바로 렌즈 어댑터입니다.

 

렌즈 어댑터는 '확장 렌즈를 추가'해 주는 역할, 혹은 '다른 마운트의 렌즈를 장착할 수 있게'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는 DSLR / 미러리스와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가운데 일부 제품(하이엔드, 고배율 줌 카메라가 대부분입니다)은 렌즈를 둘러싼 링을 벗겨내 경통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혹은, 렌즈 끝부분에 필터를 장착할 수 있도록 나사 모양의 홈이 파여져 있습니다. 여기에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면 접사 / 광각 / 망원 렌즈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게 됩니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 주로 광각 / 망원 / 접사 용도로 쓰입니다.

 

하지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는 최근에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확장 액세서리는 대부분 가격이 높아 구입하기 부담스럽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렌즈 어댑터 없이도 넓은 파노라마, 근거리 접사, 원거리 망원 촬영이 가능한 콤팩트 카메라가 많아졌습니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는 “있기는 하지만 무시해도 되는 액세서리” 정도로 알고 계셔도 됩니다.

 

DSLR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

 

DSLR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는 다른 마운트의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DSLR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같은 제조사의 구형 렌즈를 신형 카메라에, 혹은 필름카메라 렌즈를 디지털 카메라에 맞추어주는’ 제품, 그리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카메라와 렌즈를 맞추어주는’ 제품입니다.

 

 

▲필름 카메라용 렌즈를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하려면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세요.

 

전자는 주로 필름 카메라에 쓰이던 구형 렌즈를 신형 디지털 카메라에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EF 자동 렌즈 마운트를 사용하는 캐논은 이전에는 FD라는 수동 렌즈 마운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두 규격은 서로 모양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데, FD-EF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면 FD 렌즈를 EF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DSLR 카메라용 렌즈와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를 호환하게 해 주는 렌즈 어댑터도 있습니다. 이 종류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렌즈 어댑터 중에서는 제조사가 다른 카메라와 렌즈를.맞물리게 해 주는 제품도 있습니다.
어댑터를 사용해 니콘 렌즈를 캐논 DSLR 카메라에 마운트한 모습입니다.

 

후자는 규격이 아예 다른 카메라끼리의 렌즈 호환성을 확보해줍니다. 이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면 캐논 EF 마운트 카메라에 니콘 F 마운트 렌즈를 장착하는 것도, 캐논 EF 마운트 카메라에 핫셀블라드의 중형 카메라 렌즈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올림푸스 DSLR 카메라에 콘탁스의 C/Y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렌즈 어댑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 경우에 따라 렌즈 어댑터 구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위 예에서 캐논 카메라-니콘 렌즈는 호환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합니다. 어댑터 구경 차이가 크면 물리적으로 어댑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마운트가 너무 작으면 마운트 크기가 큰 렌즈를 사용할 수 없겠지요?

 

또한, 렌즈의 구조적 특성으로 렌즈 어댑터 제작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림푸스 DSLR 카메라의 렌즈는 모두 전자식 초점 조절 링을 지녔습니다. 본체에서 전기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초점 조절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어댑터는 전기 신호를 전달해주지 못하지요. 즉, 어댑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수동이든 자동이든 초점 조절이 불가능하니 '있으나 마나'인 셈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지 센서와 렌즈 사이 거리가 짧다는 점입니다. SLR 구조에서 미러 박스를 삭제한 규격이니까요. 그렇기에 미러리스 카메라에 SLR 구조의 미러 박스만큼 공간을 넣어주면 SLR 구조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러리스 카메라의 렌즈 어댑터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렌즈를 어댑터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에 라이카 렌즈를 사용한 예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 어댑터를 통해 '거의 모든 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RF 카메라 렌즈도, DSLR 카메라용 렌즈도, 중형 카메라용 렌즈도, CCTV용 카메라 렌즈까지도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운트 크기나 접점 유무를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히 카메라에 렌즈를 이어주기만 하면 알아서 빛이 이미지 센서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편리하지요?

 

단, 극소수의 렌즈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운트부 렌즈가 뒤로 튀어나오는 초광각 렌즈나 렌즈 경통을 본체에 넣고 뺄 수 있는 침동식 렌즈들입니다. 이러한 렌즈는 사용 중 마운트 밖으로 렌즈나 경통이 튀어나옵니다. 튀어나온 렌즈나 경통이 미러리스 카메라의 셔터막과 이미지 센서를 긁어버릴 수도 있으니, 이들 렌즈는 절대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마운트도 되고 어댑터도 있지만, 이런 위험이 있는 렌즈가 있으니 독자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다른 규격의 렌즈를 사용할 경우 초점 거리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APS 사이즈 혹은 그 이하 크기의 센서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35mm 전용 렌즈 사용 시에는 센서 크기에 맞게 화각이 좁아집니다. APS DSLR 카메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끼리의 호환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 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콘트라스트 AF를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 전기 접점과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기 접점과 신호는 카메라마다 다릅니다. 규격이 다르니 AF나 특수 기능이 동작하지 않지요. 또한,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는 올림푸스 DSLR 카메라용 렌즈처럼 대부분 전자식 초점 조절 링을 사용합니다. 다른 규격의 미러리스 카메라끼리는 전기 신호가 안 맞으니 MF 조작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위 3가지 종류의 렌즈 어댑터는 기본적으로 모두 수동 초점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렌즈에서 지원하는 흔들림 보정 기능, 초음파 모터 등의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몇몇 어댑터는 전기 접점을 통해 일부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동 초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규격의 렌즈를 자신의 카메라에 사용한다는 것 자체는 제법 매력적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구형 MF 렌즈를 최신 디지털 카메라에 적용해 자신이 원하는 초점 거리를 얻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 와서는 많은 사용자들이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용 렌즈를 DSLR /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하고자 하는 독자분, 혹은 저렴한 가격에 50mm F1.4 등의 밝은 조리개 렌즈를 사용하고자 하는 독자분, 구형 렌즈의 손맛과 부드러운 화질을 즐기고자 하는 독자분은 렌즈 어댑터를 꼭 사용해 보세요.

 

지금까지 디지털 카메라 관련 용어, 렌즈, 이미지 센서 등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들 개념과 용도를 파악해야 자신에게 맞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개념 설명은 여기까지고,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 구입 이후 본격적인 촬영 방법 및 이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가운데, 다음 시간에는 독자분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셔터 및 조리개, 그리고 P/A/S/M 모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