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결정하는 요소, 노출 조절
지난 시간에는 셔터와 조리개의 역할, 그리고 촬영 모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셔터와 조리개의 조합은 다양한 효과를 낳습니다. 이 가운데, 사진에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빛의 양을 결정하는 노출입니다. 지난 시간에서 다룬 셔터와 조리개, 이 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노출, 그리고 노출을 임의로 보정하는 노출보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셔터와 조리개는 우리 눈의 구조와 비슷합니다. 우선 셔터 속도입니다. 눈을 깜박여보면 셔터 속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눈꺼풀이 셔터라고 생각해보세요. 만일, 독자분들이 눈을 길게 뜨고 있는다면 풍경을 오래 볼 수 있겠지요? 지나가는 사람, 흘러가는 구름 등 피사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눈을 감고 있다고 잠깐 떴다 감으면 피사체를 잠깐만 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눈을 뜨고 있으면 점차 주변이 조금씩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밝은 곳에서 눈을 계속 뜨고 있으면 눈이 아프지요. 이 모든 것이 셔터 속도의 효과입니다. 이 설명은 셔터 속도가 길 때의 예를 든 것입니다. 사진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기록면에 담아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셔터 속도에 따라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빛의 양이 사진에 그대로 기록이 됩니다. 우선 피사체의 움직임과 셔터의 관계를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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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속도 1/2000초 |
셔터 속도 1/16초 |
▲셔터 속도에 따라 피사체의 움직임이 다르게 기록됩니다.
물방울을 보세요. 셔터 속도가 짧으면 이렇게 피사체가 정지한 것처럼 보입니다. 눈을 감았다 잠깐 떴다 감은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눈을 계속 뜨고 있는 것은 셔터 속도가 긴 상황과 같습니다. 피사체의 움직임이 늘어지는 형태로 사진에 기록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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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속도 1/250초 |
셔터 속도 1/60초 |
셔터 속도 1/16초 |
▲셔터 속도가 길면 어두운 곳에서 사진도 밝게 나옵니다.
어두운 곳을 볼까요? 어두운 곳에서 셔터 속도를 짧게 하면 위 사진처럼 굉장히 어둡게 나옵니다. 어두운 곳에 처음 들어가면 피사체가 잘 안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셔터 속도를 길게 하면, 즉 눈을 오래 뜨고 있으면 그제서야 뭔가 조금씩 보이게 되는 겁니다.
밝은 곳에서 눈을 오래 뜨면 눈이 아프듯, 밝은 곳에서 셔터 속도를 길게 하면 사진은 하얗게 나옵니다. 그러니 밝은 곳에서는 셔터를 짧게 해야 사진이 제대로 나오겠지요?
자, 그러면 이 현상을 사진에 대입해볼까요? 독자분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검게 나왔다면, 그것은 눈을(셔터 속도를) 너무 짧게 떴기(너무 짧게 조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셔터 속도를 조금 늘려주면 됩니다. 사진이 너무 밝으면? 셔터 속도를 짧게 해 주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노출은 이렇게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셔터 속도를 조절해 노출을 조절하는 이 방식이 조리개 우선 모드입니다.
물론, 조리개로도 노출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이해하려면,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눈 앞에 대 보세요. 손가락 고리가 크면 앞에 있는 것들이 잘 보입니다. 손가락을 오므려 고리를 작게 만들면 잘 안 보이지요? 즉, 조리개를 열면(손가락 고리가 크면) 빛이 많이 들어와 노출이 밝아지고, 조리개를 조이면(손가락 고리를 오므리면) 빛이 조금 들어와 노출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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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F16 |
조리개 F8 |
조리개 F1.4 |
▲위 사진은 모두 셔터 속도가 1/125초로 같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라 밝기, 즉 노출이 달라집니다.
위 사진을 보세요. 위 사진 세 장은 모두 셔터 속도가 같습니다. 다만, 조리개에 따라 노출이 달라진 것입니다. 셔터 속도를 고정하는 셔터 우선 모드를 사용할 때, 사진이 너무 어둡다면 조리개를 열어주세요. 사진이 너무 밝으면 조리개를 닫아주세요.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조리개 우선 모드를 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셔터 우선 모드 사용 시에 조리개를 조절해야 하는데, 조리개 조절 단수는 좁아요. 일반적으로 F2.8-16 조리개를 지원하는 고급 줌 렌즈를 셔터 속도 우선 모드에서 사용하면 조절 단수는 5스톱(F2.8-F4-F5.6-F8-F11-F16)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조리개 우선 모드를 사용하면 셔터 속도 조절 단수는 상당히 넓죠. 1초-1/2000초 셔터 스피드를 가진 카메라의 셔터 속도 조절 단수는 11스톱(1-1/2-1/4-1/8-1/16-1/32-1/64-1/125-1/250-1/500-1/1000-1/2000)정도 됩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면 카메라가 정해준 노출 값을 일부러 바꿔야 할 때가 있습니다. 사진을 의도적으로 밝게, 혹은 어둡게 찍어야 할 때나 카메라가 빛의 양을 착각해 노출 값을 부정확하게 알려줄 때가 그 예입니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카메라의 노출보정입니다. 노출보정은 카메라가 측정하는 노출 값을 임의로 어둡게, 혹은 밝게 해 주는 기능입니다.
조리개 우선 모드를 사용해 조리개를 F2.8로 고정하자 셔터 속도 1/400초가 나오는 상황을 예로 들겠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오는군요. 노출에 손을 대려고 해도 카메라는 자꾸 "1/400초가 맞으니까 이걸로 찍으세요"라며 말을 안 듣습니다. 이럴 때 노출보정을 사용해 노출 값을 -로 하면, 카메라는 "아, 노출 값을 -로 하라는 것 보니 지금 좀 어두운 환경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셔터 스피드를 조금 더 느리게 조절합니다. 반대로, 같은 상황에서 사진이 너무 밝다면 노출보정을 사용해 노출 값을 +로 설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셔터 속도가 더 빨라져 사진이 조금 더 어두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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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보정 +1EV |
일반 |
노출보정 -1EV |
▲위 사진은 조리개 우선 모드 F8로 촬영했습니다.
노출보정에 따라 셔터 속도가 1스톱씩 가감됐고 그에 따라 노출이 변했습니다.
노출보정은 자주 쓰이는 설정입니다. 사용도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카메라는 노출보정 기능을 지원하며 전용 버튼을 마련해두기도 합니다. 카메라 버튼 가운데 [-/+] 표시된 것이 바로 노출보정입니다. 더러는 메뉴 안에 들어가서 노출보정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모든 디지털 카메라는 노출보정 기능을 지녔다고 봐도 됩니다.
▲노출보정 버튼. -/+가 그려진 버튼입니다. 조작하기 쉽게 셔터 버튼 주위에 장착됐습니다.
카메라에 따라 노출보정 범위는 조금씩 다른데요, 일반적으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는 -2EV ~ +2EV, DSLR 카메라는 3에서 5EV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M 모드에서는 노출보정 기능을 사용할 수 없......아니 필요가 없습니다. 노출보정은 카메라가 측정한 노출 값을 사용자가 임의로 조절하는 기능인데, M 모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사용자가 모든 설정을 담당하는 만큼 노출보정 기능이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이를 이용한 촬영 기법이 브라케팅 촬영입니다. 브라케팅 촬영은 연속촬영의 일종으로, 연속촬영할 때 노출 값을 -1EV, 0EV(일반), +1EV......이러한 식으로 다르게 설정합니다. 즉, 노출이 다른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것이지요. 사용자는 이 가운데 가장 노출이 적당한, 혹은 자신의 의도에 맞는 사진 한 장을 고를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지금까지 셔터와 조리개, 촬영 모드와 노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사실, 노출에 관여하는 요소는 이 밖에도 감도, 플래시, 보조 촬영 기능 등 더 있습니다만,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이들 요소에 대해서는 이후에 진행될 개념디카 코너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노출 및 설정을 어려워하는 사용자를 위해 '장면 모드'라는 것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이름처럼 인물, 풍경, 야경 등의 환경에 알맞은 촬영 설정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주는 것으로 P 모드와는 또 다릅니다. 이 장면 모드도 다양한 응용법이 있는데요,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이 장면 모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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