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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다루는 셔터와 조리개 조작법[차주경의 개념디카(15)]

영봉 2012. 10. 31. 23:27

'빛'을 다루는 셔터와 조리개 조작법

 

사진의 기본 속성은 빛을 다루는 것입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곧 사진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진의 밝기나 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은데요,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을 꼽으라면 셔터, 그리고 조리개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셔터는 간단히 말해서 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부품입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항상 이미지 센서에 닿아있는 것은 아닙니다(라이브 뷰 촬영 시에는 항상 닿아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논외로 하고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셔터막에 가로막혀 있다가 정해진 시간만큼만 이미지 센서에 닿게 됩니다. 그 시간이 바로 셔터 스피드이며 이것을 조절하는 부품이 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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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LR 카메라의 셔터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카메라는 셔터를 가지고 있다)

 

셔터 스피드는 길다 or 짧다로 표현합니다. 셔터 스피드가 길면 그 만큼 빛을 오래 받습니다. 그러니 사진이 밝아지지요. 그리고 피사체의 움직임이 모두 늘어진 것처럼 기록됩니다. 셔터 스피드가 짧으면 빛을 짧게 받으니 사진이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짧은 순간의 피사체의 모습을 담아내니, 셔터 스피드를 짧게 하면 피사체가 멈춘 듯한 효과를 냅니다.

 

셔터 속도 중에 'B'가 있습니다. 이것은 Bulb입니다. 셔터를 정해진 시간만큼 동작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셔터를 누르고 떼는 동작 시간을 정하는 것이 Bulb입니다. 주로 셔터 속도를 아주 길게 할 때 사용합니다.

 

라이브 뷰 촬영 시에는 이미지 센서에 항상 빛이 닿아 있게 됩니다. 이 때 셔터 조작은 어떻게 할까 궁금하시죠? 셔터는 기계 셔터와 전자 셔터로 나뉩니다. 기계 셔터는 필름 카메라처럼 셔터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전자 셔터는 이미지 센서 자체에 정해진 시간을 할당해 그 시간만 빛을 받는 원리입니다. 그런 만큼, 기계 셔터보다는 전자 셔터가 셔터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계 셔터로 고속 셔터 속도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1/8000초 셔터 속도면 대단히 빠른 것(각 제조사의 최상위 모델들이 보통 1/8000초 셔터 속도를 지원합니다)인데, 전자 셔터를 사용할 경우 1/16000이나 1/20000처럼 빠른 셔터 속도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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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안에 있는 막이 바로 조리개입니다.

 

조리개는 빛을 받아들이는 '양'을 조절합니다. 이전에 조리개는 F1에서부터 루트 2 단위로 늘어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조리개 값이 작으면 작을 수록 조리개가 크게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조리개가 크게 열리면 빛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셔터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리고 심도가 얕게 표현됩니다.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은 상당히 흐려지지요. 조리개를 조이면 빛이 조금 들어오니 셔터 속도가 느려집니다. 심도는 깊게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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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 최소 개방. F 값이 높습니다.

▲조리개 최대 개방. F 값이 낮습니다

 

그리고, 조리개는 화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렌즈의 성능을 평가할 때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부터 최소 개방까지 같은 피사체를 촬영해 비교하곤 합니다. 조리개는 최대로 개방했을 때보다 2-3단 가량 조였을 때 화질이 더 좋아집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조리개를 조이면 화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리개를 너무 많이 조이면 빛이 들어가는 통로가 좁아져 화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회절 현상이 일어납니다.

 

조리개는 빛망울이나 갈라짐 표현에도 관여합니다. 심도가 얕으면 배경은 흐려집니다. 이 때 배경에 광원이 있으면 이 광원이 조리개 모양대로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래서 조리개가 원형으로 조여지는 원형 조리개를 사용한 렌즈는 광원이 동그렇게 표현됩니다. 여기서 조리개를 조리면, 광원이 조금씩 찌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배경이 아닌 피사체 자체가 광원인 경우 조리개를 조리면 조리개 날 모양으로 빛이 갈라집니다. 빛 갈라짐은 줌 렌즈보다는 조리개 크기가 큰 단렌즈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셔터와 조리개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두 가지의 조합으로 인해 카메라의 P / A / S / M 모드가 생겨났습니다. 익숙한 단어지요? 카메라의 P / A / S / M 모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DSLR 카메라의 모드 다이얼. 이를 통해 촬영 모드 P / A / S / M을 조절합니다.

 

우선 P입니다. P는 자동 촬영 기능, 즉 'Program Auto'의 약자입니다. P는 이름답게 모든 설정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주는 촬영 모드입니다. 셔터, 조리개 노출 신경쓸 필요 없이 P 모드로 촬영하면 알아서 사진이 잘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심도, 셔터 스피드를 이용한 촬영은 못 하겟지요. P 모드는 초보 사진가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P 모드를 이용해 사진을 즐기세요. 이후에 셔터와 조리개의 상관관계를 알고 나서부터 A / S / M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A는 조리개 우선 촬영 모드로 Apature Value(혹은 Priority)의 약자입니다. A 모드는 조리개를 사용자가 조절하면 셔터 스피드가 자동 조절되는 촬영 모드입니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애용하는 촬영 모드이기도 합니다. 사진가들은 대부분 조리개 최대 개방이나 1-3단 가량 조리개를 조이고 촬영합니다. 조리개 조절로 인해 나타나는 사진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셔터 속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A 모드는 아주 편리합니다.

 

그렇다면, S는? 그렇지요. 셔터 우선 촬영 모드니 Shutter Value(혹은 Priority)입니다. S 모드는 반대로 셔터 속도를 수동으로 조절하고 조리개 조절을 카메라에게 맡기는 모드입니다. 셔터 스피드 확보가 중요한 촬영 환경에서 S 모드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스포츠, 야경 촬영 시 유용한 것이 바로 S 모드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활용 빈도가 떨어지는 모드인 것이 함정이지요.

 

M은 수동 촬영, Manual입니다. M 모드는 셔터, 조리개 모두를 사용자 스스로 설정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불편해 보이지만, M 모드는 사진을 내 의도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다 줍니다. 자동 촬영 기능이 확실히 편하기는 하지만, 사진에 따라 의도적으로 밝기를 낮추거나 셔터 속도를 일부러 길게 설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A / S를 사용하면 카메라가 너무 똑똑한 나머지 내 의도가 아닌, 평균적인 사진을 촬영해주는 것이지요. M 모드를 사용해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강제로 맞춰주면 사진을 느낌을 상당히 바꿀 수 있습니다.

 

우선은 P / A / S / M에 대해 알아두세요. 다음 시간에는 셔터와 조리개가 사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노출은 무엇인지, 노출은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