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 원리를 알아보자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사진은 선명하게 나온 반면 어떤 사진은 다소 흐리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이 흐리게 나왔을 경우 여러 가지를 의심해봐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 보아야 할 것은 초점이 맞았는지의 여부입니다. 초점이 피사체에 제대로 맞으면 사진이 선명해지지만, 초점이 맞지 않거나 엉뚱하게 배경에 맞으면 사진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초점(Focus)은 수동 혹은 자동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수동 초점(Manual Focus. 이하 MF)은 사용자가 직접 렌즈 혹은 카메라 본체의 초점 조절 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초점 조절 링이 없으므로 버튼이나 전자식으로 MF를 조작하도록 돼 있습니다. 오래된 필름 SLR 카메라는 대부분 MF로 초점을 조절해야 합니다. MF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파인더 혹은 모니터를 보고 피사체가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초점 링을 직접 움직이거나 버튼을 눌러주면 됩니다.
MF는 전통적인 방식의 MF, 그리고 RF(Range Finder)로 나뉩니다. RF는 현재 극소수의 필름 카메라(보이그랜더, 라이카, 콘탁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극소수의 디지털 카메라(엡손, 라이카)만이 사용합니다. RF는 거리계연동 창과 파인더가 따로 마련돼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삼각측량의 원리를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RF 카메라의 파인더를 보면 네모난 영역 안에 상이 두 개로 나뉘어져 보이는데, 초점 링을 돌려 이 영역 안의 상을 일치하도록 조절해주면 됩니다.
자동 초점(Auto Focus. 이하 AF)은 카메라가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거의 99%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가 편리하고 빠른 AF를 사용하지요. AF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동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입니다.
▲위상차 AF의 원리입니다. SLR 카메라의 반사 미러 아래에 있는 AF 검출용 센서를 주목하세요.
위상차 AF는 AF 검출용 센서를 사용해 초점을 잡는 방식입니다. 주로 (D)SLR 카메라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 가운데 일부를 AF 센서로 보내 이미지의 위상차이를 판별합니다. 이 위상차이의 농도(옅고 짙음) 차이로 초점을 검출하는 것입니다. 위상차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하고 복잡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그냥 동작 원리만 알아두셔도 무방합니다.
위상차 AF는 동작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별도의 AF 검출용 센서를 사용하는 방식이니 당연하지요. 다만, 위상차 AF는 간혹 초점이 빗나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도 실제로는 초점을 맞춘 위치보다 살짝 앞이나 뒤에 초점이 맞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라이브 뷰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라이브 뷰는 미러를 올리고 이미지 센서로 바로 빛을 보내는 방식으로 구현되는데, 이러면 AF 센서에 빛을 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AF 검출 센서는 조리개, 배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집니다.
가로, 세로 센서를 합친 크로스 센서는 검출력이 높습니다.
위상차 AF의 AF 검출 센서 성능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가 크로스 센서입니다. 크로스 센서는 십자 모양으로 배열된 AF 검출용 센서입니다. 일반 라인 센서는 십자 모양이 아니라 가로면 가로, 세로면 세로로 1줄로 배열돼 있습니다. 크로스 센서는 가로세로 센서를 합친 것이지요. 그 만큼 크로스 센서는 일반 라인 센서보다 위상차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센서는 F 값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위상차를 조사할 때 조리개를 얼마나 열고 빛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로, 이 값이 크면 위상차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위상차 AF의 측거점. 네모난 측거점이 없는 나머지 부분에는 AF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위상차 AF는 이미지 영역 내 검출 센서가 없는 부분에는 초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즉, 사진의 맨 구석이나 가장자리 등에는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DSLR 카메라의 성능표를 보면 '측거점', 혹은 'AF 포인트'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AF 센서의 개수입니다. 이 AF 포인트가 없는 곳은 초점 검출이 불가능한 셈이지요. AF 센서 개수를 억지로 늘릴 수는 없냐고요? 없습니다. 왜냐면 억지로 늘리면 AF 검출 센서 모듈의 크기가 이미지 센서나 미러보다 커져버릴 테니까요. 그렇다면, AF 영역 밖에 있는 피사체는 사진 찍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콘트라스트 AF입니다. 사실 이전부터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들은 대부분 콘트라스트 AF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이 AF 방식이 적용되면서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콘트라스트 AF는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기능이기에 디지털 카메라로만 구현 가능합니다. 이미지 센서에 들어온 빛을 카메라가 분석해 피사체의 콘트라스트가 가장 선명하게 잡히는 구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콘트라스트 AF입니다.
콘트라스트 AF의 장점은 초점이 절대 빗나갈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으로 초점을 잡으니 초점이 빗나갈 우려가 없습니다. 또한, 이미지 센서를 통해 초점을 잡는 원리이므로 콘트라스트 AF는 화면 내 모든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콘트라스트 AF는 검출 센서가 필요 없으니 라이브 뷰나 동영상 촬영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닙니다.
▲콘트라스트 AF의 측거점. 위상차 AF와 달리 화면 전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콘트라스트 AF는 위상차 AF에 비해 동작 속도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성능이 높아져 위상차 AF와 대등한 수준의 속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움직이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성능은 여전히 위상차 AF가 더 우수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장된 방식으로 적외선 AF도 있습니다. 카메라 본체에서 적외선을 발사해 피사체와의 거리를 측정한 뒤 그 거리에 맞게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는 것이지요. 적외선이 아니라 초음파를 발사해 피사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그냥 알아만 두세요.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하이브리드 AF입니다. 이것은 이미지 센서에 위상차 검출용 센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위상차 + 콘트라스트 AF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위상차 AF로 빠르게 잡은 뒤, 빗나갈 우려가 없는 콘트라스트 AF로 마무리하는 것이지요. 이 방식은 라이브 뷰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위상차 AF의 속도와 콘트라스트 AF의 정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게 됩니다.
이론은 알아도, 실제로 사진을 촬영해보면 초점을 정확히 다루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초점을 다루면서 더욱 선명한 사진을 촬영하는 응용법, 그리고 초점을 조작할 때의 주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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