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찍은 사진이 뚜렷하지 않다면
지난 시간에는 자동 초점(AF : Auto Focus)의 원리와 특징, 장단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론을 안다고 해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초점을 잡을 땐 의외로 주의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단순히 반셔터나 AF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항상 초점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AF를 조작했음에도 초점이 맞지 않아 선명하지 않은 사진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진의 밝기나 색상이 틀어지면 후보정을 가하면 됩니다. 하지만, 초점이 틀어지면 보정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촬영 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초점은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초점을 잡을 때 주의해야 할 점, 상황별 초점 맞추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초점이 안 맞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십 번 반셔터를 눌러도 돌아오는 것은 AF 실패를 알리는 빨간 사각형뿐. 이리저리 카메라 방향도 바꿔보고 렌즈를 움직여 봐도 계속 초점 검출에 실패하는 답답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을 겁니다. 이것은 AF 원리상 '초점 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AF는 기본적으로 이미지의 상간격(위상차 AF)이나 콘트라스트(콘트라스트 AF)를 검출해야 동작합니다. 따라서 흰 벽이나 구름 없는 하늘, 단색 배경 등 '밋밋한 피사체'에는 AF를 잡을 수 없습니다. 또는, 아주 어두운 곳에서도 AF 검출이 불가능해집니다. 카메라의 눈(AF 센서)도 사람의 눈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두운 곳에서는 카메라의 눈이 사람의 눈보다 안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피사체를 카메라는 잡아내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 사각형 영역은 '밋밋한 피사체'로,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오른쪽 사각형 영역 등에 초점을 맞춰 촬영하거나
MF-무한대 영역으로 설정하고 촬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AF를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선, '밋밋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려면 MF를 사용하거나, 그 근처에 있는 다른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촬영해보세요. 하늘을 촬영하려 한다면 MF를 사용해 초점 영역을 무한대에 두면 되고, 단색 배경을 촬영할 경우에는 그 근처에 있는 다른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하면 됩니다. 아예 MF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DSLR 카메라의 AF 보조광 발광부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장 플래시가 보조광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AF 보조광을 사용하세요.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잡기 위한 AF 보조광을 지니고 있습니다. AF 보조광을 쏘면 그 부분은 밝아지고 카메라는 그 밝아진 부분을 검출해 초점을 잡습니다. 일부 기종은 내장 플래시가 AF 보조광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플래시가 연속적으로 터져 어두운 곳을 밝혀줍니다.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잡으려면 플래시나 AF 보조광을 켜 보세요.
AF 영역, 멀티보다는 싱글을
AF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측거점을 사용하는 멀티 AF와 하나의 측거점을 사용하는 싱글(스팟, 원포인트 등 여러 가지 명칭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싱글 AF로 표기하겠습니다) AF, 얼굴인식 AF, 피사체 추적 AF 등이 그것입니다. 인물 얼굴 기준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얼굴인식 AF는 당연히 인물 촬영 시 주로 쓰입니다. 스포츠 촬영이나 애완동물, 움직이는 아이를 촬영하는 데에는 피사체에 연속으로 초점을 맞추는 추적 AF가 유용하지요. 그 외의 경우에는 멀티가 아닌 '싱글 AF'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진에서 멀티 AF를 사용하면 꽃이 아닌 배경에 초점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멀티 AF의 경우 원하는 피사체가 아닌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꽃이 흐드러지게 핀 화원에서 하나의 꽃을 화면에 크게 잡으려 할 때, 멀티 AF를 사용하면 피사체가 아닌 다른 꽃에 초점이 맞기 일쑤입니다. 멀티 AF는 화면 내 카메라에서 가장 가까운 피사체나 색상과 밝기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피사체를 우선으로 잡아내는 기능입니다. 따라서 촬영자의 의도와는 다른 피사체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지요.
▲멀티 AF보다는 싱글 AF가 더 편리합니다.
원하는 피사체를 콕 집어 초점을 맞추려면, 좁은 영역이나 정해진 한 영역에 초점을 고정하는 싱글 AF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구입 시, 대부분의 모델이 기본적으로 멀티 AF 설정으로 맞춰져 있으니 우선은 싱글 AF로 바꾸세요!
AF-L(Lock)은 선택이 아닌 필수
물론, 싱글 AF도 만능은 아닙니다. 싱글 AF는 정해진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기능인데, 대부분 화면 중앙이 기준점으로 정해집니다. 만일, 촬영하려는 피사체가 화면의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싱글 AF의 AF 포인트를 피사체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시켜도 되고 AF-L(Lock)을 사용해도 됩니다. 전자의 방법은 AF 포인트 이동을 위해 메뉴를 조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알아봅시다.
AF-L은 초점을 맞춘 후 그 초점 영역을 고정하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이용해 초점 영역을 고정해두고 구도만 살짝 바꾸면 피사체의 위치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셈입니다.
위 이미지를 보면 피사체가 화면 중앙이 아닌 화면 가장자리에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촬영하려면 아무래도 멀티 AF나 중앙부 싱글 AF로는 무리지요. 이럴 때, 우선 중앙부에 초점을 고정(AF-L)한 후, 카메라를 움직여 구도를 다시 조절하면 위와 같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됩니다.
AF-L은 싱글 AF의 정확성을 기본으로 피사체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다만, 구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배경과 피사체의 노출 차이가 커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AF-L이 대부분 초점뿐만 아니라 노출까지 고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피사체의 노출을 최우선으로 잡을 수 있도록 스팟 측광을 사용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MF를 사용할 땐 편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자
▲라이브 뷰 + 화면 확대 기능은 MF를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접사 촬영 시에는 의외로 AF보다 MF가 더 편리합니다. 피사체가 극히 작을 경우 AF가 미세하게 빗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MF 사용 시 광학식 뷰 파인더나 뒷면 모니터를 보고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면, 라이브 뷰 + 화면 확대 기능을 사용해보세요.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화면 확대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 경우 피사체가 크게 확대되기 때문에 MF를 맞추기 더 쉽습니다. 라이브 뷰 + 화면 확대 기능은 AF 사용 시에도 유용합니다. 먼 거리에 있는 피사체에 초점이 맞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점이 맞은 부분을 두드러지게 표시해주는 피킹 기능도 아주 요긴합니다.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초점이 맞은 부분을 알려주는 피킹입니다.
일부 디지털 카메라는 피킹 기능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피킹 기능은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고 초점이 맞는 부분만 두드러지는 컬러로 표시해주는 기능입니다. MF 렌즈로 빠르게 초점을 잡아야 할 때 피킹 기능을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 사진의 선명함을 결정하는 요소인 초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초점을 다룰 때 간혹 사진의 밝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구도 변경으로 인해 빛의 양을 측정하는 측광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사진의 밝기에 영향을 주는 '측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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