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황석산, 거망산

영봉 2006. 8. 4. 22:49

"황석산, 거망산"

 

 간밤엔 봄비가 조금 내린 탓인지 아침 공기가 한결 개운하다

직원산악회의 올해 첫 산행에 동참하려고 일찍 일어났다. 여느 때보다 30분 빨리 출발하는 터라 준비물을 제대로 챙겼는지 체크할 새도 없이 시간에 쫓겨 서둘러 집을 나서 칠암캠퍼스로 향했다.

7시 5분, 캠퍼스를 출발하여 목적지인 황석산으로 향하여 출발했다. 오늘은 시산제를 지내는 날이라 33명이란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산행이 예감된다. 고속도로보다 오히려 한산한 국도를 따라 산청을 거쳐 안의를 지나 한 시간 20여 분만에 서하교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음식물을 골고루 분배해 각자의 배낭에 넣어 짐을 다시 꾸려, 9시 정각 황석산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산이 언젠가 간벌을 하였는지,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울창한 산길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며 발 아래로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에 지칠 줄 모르고 산을 오른다. 지난밤 내린 비로 등산로는 먼지 하나 나지 않고, 이따금 피어있는 진달래는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한다. 땀이 나는 듯싶더니 어느덧 능선에 올라서자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방울을 날리며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지 앞서는 사람과 뒤따라오는 사람과의 간격이 점점 멀어진다.


  세 번에 걸쳐 휴식을 취한 후 삼거리를 올라 또 한 차례 쉬었다 가기로 한다. 11시 16분 유동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봉우리를 올라 11시 18분, 황석산성(유동3.9㎞, 황석산0.6㎞, 황암사4㎞)에 도착한다. 남봉을 올라보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정상 끝까지는 위험해서 오를 수가 없어 중도에 포기하고 되돌아 왔다. 다시 황석산(1,190m) 정상을 향해 오른다. 정상을 오르기 전 이정표에는 정상0.1㎞, 우전마을 5.6㎞, 유동4.4㎞라고 적혀있다. 황석산 정상은 남봉보다 더 높은데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 모두들 황석산 표지석을 기념으로 해서 사진 한 컷을 찍는다. 정상으로 오른 위험한 바위 낭떠러지를 조심스레 내려와  정상 바로 아래 황석산성에 제상을 차리고 올 한해도 산악인의 안녕과 건강을, 그리고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 후 야호 삼창으로 시산제를 끝냈다. 푸짐한 먹거리에 음복주 한잔이 봄날 따뜻한 햇살에 붉으스레 달아오른다.


  점심을 끝내고 거망산까지 갈 사람과 도중에 불당골로 하산할 사람으로 나뉘어, 거망산까지 갈 사람은 먼저 출발하기로 한다. 13시 28분, 산성을 출발하여 안전한 우회로를 마다하고 바위 능선을 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지난 해 가을 이곳을 거꾸로 올랐을 때엔 그리 힘들고 위험한 줄 몰랐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더욱 위험하다. 간신히 바위 능선길의 고비를 넘기고 헬기장을 지나서 14시 5분, 탁현 마을로 하산하는 갈림길(탁현 3.9㎞, 황석산 1.3㎞)을 지난다. 북봉을 넘어  가는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 다시 1,154m봉을 넘어서 14시 35분, 불당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에 닿았다.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잠시 쉬어 숨을 고르며 지지난해 기백산에서 황석산까지의 장장 11시간 동안의 긴 산행을 되돌아보면서 피로를 풀어본다.


  15시 15분, 지금까지 거망산(1,184m)이라고 알고 있던 봉우리에 도착했다. 거망산이라고 써진 팻말은 온데간데없고 시원한 봄바람만이 우리를 반긴다. 봉우리를 내려와 재에서 지장골로 하산하는 길목에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의 등산객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중에, 거망산은 우리가 지나온 봉우리가 아니라 건너편 봉우리가 거망산이라고 가리켜주는 게 아닌가? 그 사람의 말대로 15시 38분, 정상에 올라보니 거망산이라는 표고석(거망산 해발 1,184m)이 세워져 있었다. 하긴 우리가 거망산인 줄 알고 지나온 봉우리의 고도가 1,235m나 되는 걸 보면 지도상에 나타나있는 거망산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오늘 확실하게 거망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르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 15시 47분, 지장골로 하산한다. 능선 바로 아래의 등산로는 경사가 심하여 조심해서 내려선다. 내려서는 길에 조그만 계곡을 만나 시원한 생수 한 잔으로 갈증을 다스리고는 곧장 잰걸음으로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계곡을 내려오는 도중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즐기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케치해 본다. 봄이지만 아직 새 싹이 돋아나지 않은 삭막한 나무를 배경으로는 작품이 될 수 없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돌아서 발길을 재촉한다.


  재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 남짓 걸려 용추폭포에 닿았다. 폭포 주변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진달래가 물소리를 벗 삼아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 작품을 준비하려하니 이미 그늘이 폭포를 감싸 하는 수 없이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16시 58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불당골로 먼저 하산한 일행과 함께 맥주 한잔을 나누면서 오늘 산행에서의 재미난 얘기를 주고받으며 쌓인 피로를 푼다. 돌아오는 길에 생초에서 메기탕으로 저녁을 먹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했다.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삼도봉)  (0) 2006.09.07
매물도 장군봉  (0) 2006.08.31
바래봉, 덕두봉  (0) 2006.08.04
지리산  (0) 2006.08.04
지리산 겨울  (0) 200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