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겨울

영봉 2006. 8. 4. 22:32

"눈 덮인 겨울 지리산"

 

 

  

전날 하루 출입을 막았던 매표소는

      오늘도 역시 출입을 안 시키려나?

        오전 9시,

          드디어 잠가 둔 문이 열리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안고서 천왕할미의 품으로 안겨든다.


    바람이 차다.

      칼날처럼 몹시 매섭다.

        눈바람에 떨고 있는 나무는 크게 소리 내어 울부짖는다.

          천왕봉 정상에는 지금도 계속 눈이 내리고 있다.


    귀를 에는 듯한 추위를 떡국으로 속을 데우고

      정상을 오르지 못 한 아쉬움을 가슴 깊이 담아둔 채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집고

         어느새 설원을 누비며 달리는 한 마리의 순록이 된다.


    雪上에 비치는 태양의 파편이 눈부시게 황홀한데

      바람에 휘날리는 눈가루는

        밤하늘의 은하수 마냥 빛을 내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떠나오기가 아쉬워 뒤돌아보니

      새하얀 눈옷을 입은 나무들은 제각기 힘주어 빛을 발하고

        정상은 온통 눈으로 이불을 덮었구나.

          자꾸만 눈길이 뒤돌아보는 데

            골짜기를 따라 불어오는 찬바람은 사정없이 나를 내몰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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