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중봉, 쑥밭재)

영봉 2006. 9. 7. 18:59
 

지리산

중산리-장터목-천왕봉-중봉-하봉-쑥밭재-신밭골-유평

 

 

  시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촉촉이 내린다.

오늘은 직원산악회 정기 산행이 있는 날이다. 예정된 등산 코스대로라면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신선너들-마야계곡-중봉-치밭목-유평으로 계획이 되어 있으나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리고 아직 못 가본 등산로를 가보기로 하고 버스로 좀 일찍 출발하여 장터목-천왕봉-중봉-하봉-쑥밭재-신밭골-유평으로 산행을 결심하고 6시 50분 발 중산리행 버스를 탔다.


  8시 중산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10여대의 대형 관광버스가 정차해 있는 걸 보니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일찍부터 산을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오르는 길목엔 좀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에서 위 매표소 아래 주차장으로 오르는 차량을 벌써부터 통제하고 있었다.

8시 5분, 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매표소를 지나 장터목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한창이었을 단풍이 벌써 산 아래에도 시들시들 그 아름다운 자태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있다. 8시 35분 칼바위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랐으나 단풍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 가지만 바람결에 흔들릴 뿐 여름 한철 시원하게 흐르던 계곡도 가느다란 물줄기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 듯 애처롭기만 하다. 중산리를 출발한지 2시간 15분 만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장터목대피소에는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찬바람을 피해 대피소 벽에 기대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2시35분 천왕봉으로 향했다. 제석봉(1,806m)에는 생태보호(복구)를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헬기로 공수해온 흙과 자재로 목책을 새로 세우고 사태 난 곳을 망을 씌워 흙으로 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석봉의 고사목은 지난여름 종주할 때 본 모습 그대로였다. 비는 그쳤으나 하늘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져 푸른 가을 하늘은 볼 수 없었으나 가까이는 촛대봉, 영신봉, 중봉 등과 능선들이, 저 멀리는 노고단과 반야봉, 만복대 등이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운해라도 좀 깔렸으면 좋으련만 올해 들어 열 몇 번을 지리산에 올랐건만 운해나 일출, 일몰 사진하나 제대로 찍어보질 못했다. 역시 오늘도 허사였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동안 마주 오는 등산객들과 길을 피하느라 걸음이 지체됐다.


  11시 25분, 천왕봉(1,915.4m)에 올랐다.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도 천왕봉엔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잠시 쉬었다가 11시 40분에 중봉으로 향했다. 이쪽으로는 내왕하는 등산객이 적어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12시 10분 중봉(1,896m)에 도착했다. 여기서 직원산악회팀과 1시에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가져온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송엽주 한 잔을 반주로 들이키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보다 더 기분 좋을 수가 있으랴. 이렇게 즐거운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면 좀 좋을까?


  산악회팀과 만나기로 한 1시가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마야계곡을 내려다보고 몇 십 차례나 불러도 보고 호르라기를 불어 봐도 들려오는 건 메아리뿐 올라오는 기척이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뒷날 알고 보니 당초 계획을 바꿔 그 시간에 써리봉을 오르고 있었으니 만날 수도 연락도 안 되는 게 당연하지.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지 않는 사람들을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어 하봉을 거쳐 쑥밭재로 향해 1시 25분 중봉을 떠났다. 2시 하봉(1,781m)을 지나고 2시35분 갈림길을 지나고, 3시 10분 숙밭재를 지나 신밭골로 향했다. 낙엽이 깔린 산길은 푹신하게 발에 와 닿는 느낌이 너무나 좋고 걸음걸이 역시 한결 가뿐했다. 3시 40분 조개골로 오르는 삼거리를 지나 드디어 신밭골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아직도 단풍이 아쉬운 대로 제 나름대로의 색상을 뽐내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와 유평에 도착한 시간이 4시 50분, 8시간 40여분 동안의 산행은 여기서 끝나고 동동주 한 잔과 도토리묵으로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 승용차 편으로 대원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5시 50분 진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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