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제는 끝나고<
무수히 짓밟혀 찢어진 상처를 안고서도
뽐내며 피어있는 철쭉.
정열을 불태우며 바람결에 손짓하는 그들을 보고
그 황홀함에 탄성을 지르면서도
무참히 부딪히며 꺾어버리는 심사는
아름다움을 시샘하는 본성의 발로인가?
철쭉제 행사 뒤 망가진 대자연.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린 오렌지 껍질이
땅 바닥에 바싹 붙어 노란 꽃이 피었네.
꽃은 피어 떨어져도 보기 좋은데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널려
쪼그라든 오렌지 껍질은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온 산 전체를 떠나가라고 치렁치렁 울리는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귀를 막고 돌아선 꽃송이는
나를 반겨주는 고운님에게도 화난 얼굴로 다가선다.
어서 별들과 속삭이는 고요한 밤이 그리워서
언제쯤이면 저 사람들이 떠나려는가?
철쭉은 애타게 해님이 지기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