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청량산

영봉 2006. 8. 4. 22:01

                                                                                   "청량산"

 

  일요일이나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산행을 하기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오늘은 새마을금고산악회에서 멀리 경북 봉화군에 있는 청량산으로 산행을 하는 날이다. 거리가 멀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산이라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기 위해 미리 예매를 해 두었다가 오늘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다. 8시 정각에 시간 맞춰 출발하는 터라 제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차비를 서둘러 5분전에 당도하니 자리가 거의 차고 예약한 사람들 중에 못 오는 사람 몇몇을 빼고는 우리보다 다들 먼저와 전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바로 뒤따라 오르는 영감 내외분을 빼면 그리 서둘렀는데도-출발시간에 늦진 않았지만-늦은 셈이다. 우리들이 탄 두 대의 버스는 정시보다 조금 늦은 8시 13분에 남강전화국 옆에서 출발, 문산 인터체인지를 진입하여  안개가 자욱하게 낀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산인을 지나 구마고속도로를 접어들어 계속 달려도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낙동강을 지나서야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탁 트인다.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군위, 의성을 지나 안동시가지를 거쳐 11시 28분, 목적지인 봉화군 청량산 매표소에 당도한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11시 34분 주차장에 내려 배낭을 챙겨 메고 청량산 정상인 의상봉(870.4m)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산행시간을 짧게 하는 바람에 제일 짧은 코스로 오를 수밖에 없어 전원이 청량사로 바로 오르기로 했다. 물이 마른 계곡을 좇아 나있는 아주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힘들여 오른다. 꼬불꼬불 꺾어진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두어 차례 지름길로 오르기도 했지만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 20분 힘들게 오르니 청량사에 도착한다. 골짜기 높은 곳에 큰 암봉을 뒤로하여 험난한 분위기가 감돌아 그리 썩 좋은 위치는 아닌 것 같았다.


  한 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고는 절 뒤편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벌써 활엽수의 낙엽이 다 떨어져 발길에 부스러진다. 단풍나무의 푸른 잎은 지금 막 물들어 가는지 붉은 빛을 조금씩 나타내고, 구름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에 바람에 나부끼는 잎들이 한층 반짝거린다. 이따금 계단길을 만들어 놓은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뒤실고개(의상봉1.2㎞, 자소봉0.5㎞)에 올랐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려서니 또 다시 봉우리다. 12시 40분, 암봉을 오르려고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니 의상봉 0.6㎞, 자소봉 1.3㎞다. 크나큰 암봉의 비좁은 틈 사이 가파른 오르막을 로프를 잡아가며 철계단을 오르면서 재에 올라서니 의상봉은 건너편에 우뚝 버티고 섰다. 일행 중에 아무도 앞서간 사람이 없어 초행길을 외롭게 혼자서 산행을 계속한다.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가 12시 52분에 의상봉0.3㎞, 자소봉1.6㎞의 이정표가 서있다. 이제 정상은 곧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힘차게 가파른 길을 오른다.


 

  13시 정각. 드디어 의상봉 정상(870.4m)에 섰다. 나무에 가려 주위가 시원스레 보이지 않는 정상에는 표고석과 등산안내판, 그리고 정상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쌓아올린 돌탑만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 10분쯤 쉬었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의상봉을 내려섰다가 다시 재를 올라 여기까지 올라온 것으로 하산하겠다는 아내, 그리고 일행 다섯 사람과 재 꼭대기에 올라 점심을 먹었다. 아무래도 함께 행동하기엔 너무나 시간이 아까운지라 얼른 식사를 끝내고 하산을 서둘렀다. 14시 20분, 뒤실고개에 당도하여 청량사로 하산하려다가 별다른 소재가 없을 것 같아 0.6㎞ 거리에 있는 자소봉을 오르기로 한다. 10분쯤 오르니 큰 암봉 세 개가 나타나는데 첫 번째 암봉이 자소봉으로 정상에 오르는 철계단을 올라서니 아름다운 자태의 소나무가 나를 반긴다. 구름이 해를 가려 산행하기엔 그럴 수없이 안성맞춤이지만 그러나 사진을 찍으려하니 빛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무작정 해가 비춰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고 하여 바로 옆에 우뚝 솟아있는 암봉 탁필봉(820m)을 넣어 몇 커트 찍어둔다.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사방팔방을 돌아보며 마음껏 즐긴 후 14시 40분, 자소봉을 내려와 뒤따라오는 일행 3사람과 함께 탁필봉을 돌아 응진전 쪽으로 하산을 한다. 하산하는 도중 암자에서 청량사로 다시 오르려다 말고 입석 쪽으로 계속 하산하니 평탄한 산길이 골짜기를 향해 자꾸만 길이 멀어지는 게 아닌가? 길을 잘못 택했다싶어 가다보니 15시 21분, 입석 0.3㎞, 청량사 1.0㎞, 응진전 0.6㎞의 이정표가 나오고 5분 거리도 못 되어 청량사 입구의 도로에 다다른다. 입구 안내판에는 상세하게 이정표가 적혀있다.

     모정-청량사          1.0㎞  (↗40분,  ↘20분)

     입석-금탑봉-자소봉   2.4㎞  (↗1시간40분, ↘1시간10분)

     입석-금탑봉-청량사   1.8㎞  (↗1시간10분,  ↘30분)

     입석-금탑봉-자소봉-장인봉(의상봉)  4.3㎞  (↗2시간30분,  ↘1시간30분)

     입석-청량사-장인봉   3.2㎞  (↗2시간10분,   ↘1시간30분)

     입석-경일봉-자소봉   3.1㎞  (↗2시간10분,  ↘ 1시간30분)


  10분가량을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청량사를 오르던 길을 만난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청량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15시 44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속시간 16시 이전에 무사히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에서 벌여놓은 산행 뒷풀이에 한 잔의 맥주로 쌓인 피로를 훨훨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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